<뮤지컬 ‘사주 천년의 꿈’ 이훈호 연출가 인터뷰>

고려 제8대 현종의 어린 시절, 즉위와 선정(善政), 사주(泗州)승격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사주 천년의 꿈’(극 정가람 / 연출 이훈호)이 오는 8일 저녁 와룡문화제 열림마당 주제공연으로 펼쳐진다. 사천시는 초대가수 공연 등을 배제하고, 사주천녀의 의미를 담은 공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 지 이훈호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이훈호 연출가
#‘사주 천년의 꿈’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사주 승격 1000년을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했다. 와룡 자체가 승천을 기다리는 용이다. 유년시절 사천에서 꿈을 키웠다는 현종.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왕이 되었고, 왕이 되어서는 어떤 일을 했을까. 1000년 전 인물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뭘까. 이야기는 현종의 '본풀이'(본(本)을 푼다는 뜻으로,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제상 앞에 앉아서 노래하는 신의 내력담)이다. 영화로웠던 사주(사천)의 역사를 기억하자. 역경을 딛고 고려의 기틀을 세운 현종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현종의 일대기를 통해 다시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지역에서 흔치 않은 뮤지컬 공연이던데..
▶현대식으로 풀면 뮤지컬, 우리말로는 가무악극이다. 이야기와 분위기를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도록 음악적 부분에 중심을 뒀고, 춤이 들어온다. 야외공연의 성격을 반영해 이야기 위주는 절제하고, 축제성을 살리는데 신경을 썼다. 12지신 분장을 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각각 역사적 인물로 분해 연기를 이어간다. 마당극의 요소를 더해, 관객들이 쉽게 주제를 따올 수 있도록 했다.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진주삼천포농악보존회원들, 소리꾼 이윤옥 선생, 극단 장자번덕 회원들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이 주연배우로 참가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주연을 맞아 우리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서포초등학교 학생 등 지역 어린이들도 함께 한다.

물론 모든 출연진이 사천지역단체는 아니고, 일부 스텝과 출연진은 타지역에서도 참가한다. 짧은 기간내 창작극을 준비하다보니 긴 시간 합숙훈련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각자 파트별 연습하고, 시간을 내어 맞춰보는 식이다. 축제 직전에 전체 리허설에 들어간다. 당초 예전 공연을 각색하는 수준에 시작하려 했으나, 축제가 새롭게 변신하는 만큼 최근 창작극으로 꾸렸다.

축제의 메인 테마 공연이 깊이를 가지려면, 1회성 공연으로 그치지 말고, 중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몇 달 만에 준비하는 것이어서 쉬운 공연은 아니다.

#이번 공연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했나.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통이 가진 매력, 우리네 역량을 보여주고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시작과 끝은 하나다. 공연의 마지막은 축제의 첫날 한바탕 대동놀이로 이어진다. 그동안의 축제가 가수들을 보러가는 축제였다면, 이번에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 공연이고 싶다. 지역민 스스로 축제를 의미있게 만들고,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데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사주 천년의 꿈 줄거리>

십이지신이 사천 바닷가 마을에서 한판 신명나게 놀다가 이 동네 산이 왜 와룡산인지, 와룡산이 품은 사연은 무엇인지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보기로 한다. 소리꾼과 함께 열두 신이 이야기 속 인물을 맡아 이야기를 풀고 노래를 짓고 춤을 추고 겨루기도 한 두판 하면서 이 땅의 이야기와 이곳 사람들의 노래로 우리의 내일을 축원한다.

#서막 - 십이지신의 한판 놀이
십이지신 분장을 한 타악주자들이 신명난 한판을 벌인다. 타악연주가 끝나면 소리꾼이 등장해 와룡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꿈에 - 왕욱과 헌정왕후
때는 고려 여섯 번째 왕 성종이 다스리시던 시절. 태조의 아들 왕욱과 경종의 비 헌정왕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헌정왕후는 태몽을 꾼다.

#이별 - 귀향가는 왕욱, 헌정왕후의 죽음, 왕순의 탄생
두 사람의 불륜을 안 성종의 진노로 왕욱은 사수현으로 유배를 간다. 헌정왕후는 훗날 고려 8대 현종이 되는 왕순을 낳다가 숨지고, 어린 순은 유모 손에 자란다. 성종은 순을 불쌍히 여겨, 사수현에 있는 왕욱에게 보내 같이 살게 한다.
#와룡산 - 아직 왕이 되지 못한 자가 사는 곳 : 부자상봉
사수현에서 왕욱과 왕순은 부자상봉한다. 아버지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왕순. ‘와룡산’의 뜻풀이를 하며 왕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왕욱. 네 번의 봄이 지나간다. 왕욱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귀룡동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음모 - 김치양과 천추태후
고려 제 6대 왕 성종 임금 승하하시자 경종의 큰아들인 개령군이 18세의 나이로 즉위, 고려 제 7대 왕 목종이 된다. 그러나 천추관을 차지한 시종 모후 천추태후와 태후의 남자 김치양이 왕실의 숨은 세력이었으니... 김치양은 개경으로 돌아온 왕욱의 목숨을 노린다.

#시냇물의 작은뱀 - 왕순의 웅지
김치양과 천추태후가 자객을 보내 왕순 왕자를 위협하나, 주변 사람들이 지켜낸다.

#강조의 정변
서북면도순검사 강조는 김치양에 맞서 왕순을 옹립하고자 군사 5,000명을 이끌고 개경으로 향하는데... 김치양 부자가 죽고, 천추태후는 귀양을 간다. 대량군 왕순은 고려 제 8대 왕에 오른다.

#왕순, 용이 되시다 - 귀주대첩 대승 후 현종
거란에게 계속 패하던 고려는 강감찬이 이끄는 귀주대첩에서 마침내 거란을 대파한다. 거란을 물리치고 비로소 왕으로 바로 서시는 현종 임금. 현종은 “어린 날 나를 키워주고 보살펴준 ‘사수현’을 ‘사주’로 명하노니 풍패지향 사주 천년의 꿈을 이어가도록 하라!”고 명한다. 연등회 복원을 표현하는 풍등장면이 펼쳐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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