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으로 지구 끝까지 파 들어가면 나오는 나라, 지구 정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인 우루과이 대통령 이야기다. 우루과이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축구’일 것이다.

남미축구 특유의 화려한 개인기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의 나라. 그러나 앞으로는 ‘대통령’이 더 유명한 나라가 될 듯하다. 지난 3월로 퇴임했으니 전직 대통령이다. 우루과이 40대 대통령인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내 주고 원래 자신이 살았던 허름한 농가에서 살았다. 낡은 폭스바겐을 직접 몰고 출퇴근하며 급여의 90%를 사회에 내 놓은 기부천사이기도 했던 금년 80세인 호세 무하키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도시 게릴라 출신으로 13년간이나 투옥된 투사 출신인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당연히 진보적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었다. 국가의 한정된 예산을 집행하는데 어디에 우선권을 주느냐가 정책이다.

우루과이는 절대 빈곤 계층이 국민의 40%였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 뒤 10%이하로 줄었고 현재 남미 지역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서민 복지 정책이 성공작임을 알 수 있다.

호세 무히카는 뛰어난 연설가로 특히 유엔에서의 연설은 빛나는 명연설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한 연구자가 우루과이 대사관을 찾아가 ‘무히카 대통령이 유엔에서 한 명연설문의 영어 번역본이 있는가’를 문의하니 막상 그 직원은 ‘자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훌륭한 연설을 유엔에서 한 자체를’ 모르고 있었단다. ‘그 대통령에 그 공무원’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은 것이다. 그 연구자는 무덤덤한 대사관 직원의 소박한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받은 것이다.

무히카 대통령이 한 유엔의 명연설 중에 약간만 발췌해서 살짝 맛만 보자. 더 알고 싶으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란 책자를 구해 볼 일이다.

“숱한 할부금을 다 갚을 때쯤이면, 이미 저처럼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되어 있고 인생은 이미 끝나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이런 것이 과연 인간의 숙명일까요?”(2012.6.12.)

“정치는 현상유지 이상의 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권력을 넘겨준 채 어리석게도 그저 정권 장악을 위해서만 싸우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막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지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3.9.24.)

박대통령이 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기왕 남미까지 간 김에 우루과이에 들러 이제는 평의원으로 돌아간 호세 무히카 대통령과 그의 농가 앞뜰의 흔들의자에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고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동화 같은 생각이 문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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