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L'Atelier du peintre-1855)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L'Atelier du peintre-1855)
쿠르베(Jean Désiré Gustave Courbet)의 리얼리즘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쿠르베 이전의 미술에서 항상 잠재되어 있는 아카데미적 체계와귀족 혹은 지배 엘리트의 취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혁명과 반 혁명이 끝없이 반복되던 19세기 프랑스, 그 파란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 쿠르베는 회화라는 장치를 통해 화가라는 직업적 가치를 넘어 과격한 혁명가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1855년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은L'Atelier du peintre(화가의 아틀리에)인데 그 부제가 더 길고 의미심장하다.

부제는Allégorie Réelle déterminant une phase de sept années de ma vie artistique (et morale)인데 풀이해 보자면 “7년 동안 나 자신의 예술적 또는 도덕적 국면에 대한 실질적 은유”로 풀이 될 수 있다. 즉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한 7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예술적이고 도덕적인 자극과 그 자극에 대한 반응과 감상을 한 화면에 중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연대기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 대해 쿠르베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은 나의 스튜디오로 와서 그려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즉 쿠르베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세계는 그가 그림으로 표현하였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쿠르베 본인은 가운데 앉아서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옆에 누드로 서 있는 여인은 이전의 아카데미적 전통을 상징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쿠르베의 정신적 기반이었던 다양한 친구들이 묘사되어 있다. 시인이었던 George Sand(죠르쥬 상드)와 Charles Baudelaire(샤를 보들레르) 혁명가였던 Pierre-Joseph Proudhon(프루동), 그리고 그림 수집가인 Alfred Bruyas(브뤼야스), 음악가 François Sabatier(사바티에)와 그의 부인인 Caroline Unger(엉거)등이 줄지어 있다.

왼편에는 과거로부터 쿠르베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까지 그의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보통 사람, 혹은 동물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러나 개와 함께 있는 사람은 루이 나폴레옹인데 쿠르베는 나폴레옹을 마치 가난하고 힘 없는 서민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 그림은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을 거절 당했는데 그 이유는 경건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아카데미적 태도와 낭만주의적 경향에서 볼 때 이 그림은 난해하고 동시에 불편한 그림이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위대한 낭만주의 화가 Eugène Delacroix(외젠 드라크르와)는 이 그림을 보고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그림”이라고 이야기했다.

쿠르베 스스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그림의 모티브는 스페인의 Diego Velázquez가 그린 Las Meninas(하녀들)이었다. 하녀들은 거울을 통해 보는 화가와 그가 그리는 대상과의 이중적 의미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는데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쿠르베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우리에게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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