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ouragenivernais 1849)

▲ (Labouragenivernais 1849)
가로 260cm 세로 133 cm의 비교적 대작인 이 작품은 봄날 쟁기질을 하는 농부와 소의 모습을 생생한 느낌의 토양을 배경으로 하여 묘사한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다. Rosa Bonheur(로자보뇌르)로 불리는 이 화가의 정식이름은 Marie-Rosalie Bonheur(1822-1899)이다. 아버지가 직업적인 화가였으므로 어린 시절 로자는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그녀는 동물의 묘사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였는데 이것은 그녀의 다양한 노력의 결과였다. 이를테면 아직 남녀의 차별이 엄존했던 19세기 중엽, 동물을 도축하던 도축장에는 여성출입금지지역이었다. 말을 비롯한 동물의 뼈와 근육의 실제 모습의 관찰이 절실했던 로자는 경찰의 허가를 받고 남장을 한 뒤 도축장에 들어가 말과 다른 동물의 뼈와 근육의 모양을 스케치하게 된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로자는 세밀하게 동물의 근육과 뼈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명한 “말시장(Le Marché aux chevaux 1853)”의 역동적인 말들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이 그림 또한 소 근육의 움직임과 가죽의 세밀한 주름에서부터 소들의 다리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거기다가 쟁기가 지나간 자리의 흙덩이와 아직 일구지 못한 땅의 질감이 마치 우리가 현장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사진의 선명함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확연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따라서 로자의 그림은 사실주의의 범주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쿠르베의 사실주의보다는 이상적인 느낌이 강하고, 퐁텐블로 숲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바르비종파의 이상적이고 감상적인 그림보다는 매우 사실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로자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19세기 말의 페미니스트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New Woman”이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그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진보적이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녀는 그녀 스스로 동물해부학을 공부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도축장에 갈 정도로 자신의 성취에 열성을 다하는 여성이었고 이런 사실 때문에 그녀는 다가 올 20세기의 여성의 사회적 공헌과 지위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녀가 태어난 보르도(Bordeaux)는 프랑스 남부의 비옥한 지역이다. 유명한 포도주의 생산지로서 포도 농업을 주로 하는 곳이다. 이른 봄날 한 해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힘찬 쟁기질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이 그림은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소의 모습과 보르도 지방 특유의 흙 갈색 토양의 생명력이 혼합되어 사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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