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친구들이 예전에 우리집에도 오고 그랬는데 좀 아웃사이더 애들이더라고요.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갔다 와서 어울리다보니 우리 애도 그렇게 된 거야. 학교도 같이 갔거든. 배에서 같이 사진 찍은 네 명 중에 다 죽고 한 아이만 살았어요. 살아나온 아이가 한두 달 전에 우리집에 찾아왔어요. 창현이가 꿈에 나타나고 너무 보고 싶어서 왔다면서. 우리 없을 때도 자주 왔었더라고. 차마 얘기는 못하고 집에 앉아 있다 가고. 근데 얘기 하는 말이 1학년 때 창현이 아니었으면 학교 그만둘 뻔했다고 해요. 그만두려고 했는데 창현이가 자꾸 말려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고,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고.”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147쪽

몇 달 전, 매주 토요일 4시 16분마다 광화문에서 진행하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책읽기 모임에 참여했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낭독했던 책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구술록의 한 페이지였다. 낭독자도, 듣는 우리도, 눈물이 나서 길게 읽지 못했다. 아들이 살아있을 때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아들의 친구들이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이 죽은 친구가 보고 싶어서 왔다며 종종 찾아오고, 어버이날에도 친구 대신 꽃을 달아 준다는 내용이었다. 아이가 살아있을 때는 정작 이해하지 못했던, 차마 그 때는 알지 못했던 아들의 삶을 죽은 이후에 더듬어 이해하게 된 것이리라.

작년 봄에 수학여행을 떠나 그 주 금요일엔 돌아왔어야 했던 아이들을 아직껏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아들딸이 살아있을 땐 알지 못했던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생활에 바빠서, 공부시키느라 바빠서, 떨어져 살아서, 각자의 이유로 차마 귀 기울이지 못하고 지냈던 아이가 살던 삶은, 이제 가족들에겐 영원히 모르는 채로 남겨져있다. 아이들이 갖고 살았던 내년의 목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꼭 이루고 싶던 꿈, 짝사랑하던 친구…. 알고 싶은 것이 많은데, 아직 차마 모르는 아이들의 삶이 가족들에겐 남아있는데, 여전히 그 이야기들은 ‘영원히’ 모르는 채로 남겨져 버렸다. 2억도, 20억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결코 이 미지의 세계를 복원할 순 없다. “1년째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나는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이제는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 가족들에게, 도대체 지금 이 세상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날 이후, 다시 4월. 진상규명을 막는 정부시행령에 반대하고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민머리가 되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시의 구절이, 요즘은 “꽃이 핀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고 자꾸만 변주되어 기억난다. 또 다시 시간의 주기가 지나, 야속하게도 계절은 지나 봄은 돌아왔다. 저렇게 아름답게 슬픈 꽃이 피었다고 해서, 그렇지만 그대들을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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