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남도가 학교 급식 관련 도교육청 감사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이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4월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된다는 통지문이 가정에 전달되면서 학부모들이 ‘자각’한 측면도 있겠고, 경남도가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를 만듦으로써 반대세력을 자극한 탓도 있겠다. 조례 제정은 재정지원을 명확히 하고 돌이키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무상급식론에 대못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례가 제정되던 지난 19일, 경남도의회 앞은 학부모, 특히 엄마들의 성난 함성이 컸다. 이들은 ‘의무급식’이란 용어를 쓰면서 급식과 교육이 함께 가야 함을 강조했고, 부디 아이들의 밥그릇을 엎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절규에도 도의회는 경남도가 제출한 관련 조례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도의원 절대다수가 홍준표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반대 목소리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천만 해도 학교 앞 피켓시위는 물론 인간띠잇기 등을 이어가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언제 이처럼 떨치고 일어났던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관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일까. 아니면 ‘가재는 게 편’인 건가. 경남도에 이어 사천시도 관련 조례를 만든단다. 그동안 홍 지사 핑계로 뒷짐지고 따르기만 했던 사천시가 이번 참에 전면에 나서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다시 한 번 사천시의회에 바통을 넘기는 격이다. 시가 조례안을 제출하면 최종 고민은 의회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논란은 홍 지사에게서 비롯됐다. 처음엔 감사거부를 문제 삼았으나 ‘학교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거나 ‘선별적 복지’를 강조한 점에 비추면 그건 빌미에 불과했다.
그의 주장이 철학적 소신인지, 아니면 세간의 평처럼 정치적 욕심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사천시와 시의회는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조례 제정 과정에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주장에, 중복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담당 공무원의 푸념도 잇따른다. 김해시의회는 안건을 심의 보류했다. 우리는 어찌할 건가. 분명한 건 특정인을 위해 사천이 깨춤을 출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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