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꽃샘추위가 끝나자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며 완연한 봄 분위기다.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와 산수유, 논두렁 쑥과 냉이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이 무렵 농민들 마음도 달아오른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농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일이 벌어졌다. 서포면 어느 농사짓는 땅에 사업용폐기물인 굴껍질이 가득 버려졌다는 소식 때문이다. 논이 저지대라는 이유로 농사를 짓기 위해 메웠다고 하나 쌓아 놓은 굴껍질 양을 볼 때 이는 억지처럼 들린다. 논 주변에 심한 악취가 나는가 하면 시커먼 침출수도 흘러나온다니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문제의 논 주인은 주로 외지인이다. 그리고 지역 농민들이 이를 임대해 농사를 지어온 모양인데, 어떤 연유로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 알 수가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분명한 것은 이 굴껍질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통영 등 외지에서 들어온 것이란 점인데, 이를 유통한 업체는 이런 행위가 무단폐기로서 처벌 대상임을 몰랐을 리 없다. 이 과정에 농민들을 교묘히 속였을 수도 있다. 사천시는 이번 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해 적절한 행정처분은 물론 사법처리 해야 할 것이다. 느슨하게 대처했다간 인근 지자체에서 발생한 사업용폐기물(=굴껍질)이 사천으로 몰려들 수도 있다.

허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한 해 사천만에서 생산되는 굴 양이 1만 톤이 넘거니와 인근 지자체에서 생굴 형태로 들어오는 양 또한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천만 생산량보다 결코 적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천 관내에서 생산된 굴 껍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 사천시에는 패각처리업체가 1곳 있다. 그리고 어촌계마다 소형 폐각분쇄기가 공급돼 있는 상황. 하지만 관내에서 발생하는 패각 양에 비하면 그 처리능력이 절대 부족하다. 그런 탓에 굴껍질 중 상당량이 음성적으로 처리되고 있음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패각처리시설 추가 도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예전 시골에선 굴껍질 버리는 일이 큰일은 아니었다. 움푹 파인 비포장길을 메우기도 하고, 논밭의 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식으로 인해 대량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엔 예전처럼 처리하기가 어렵다. 관련법도 엄격하다. 농민들도 옛날 생각만 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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