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학부모들“무상급식 지켜달라”

지난 12일 정동초등학교 교육과정설명회를 즈음해‘무상급식 중단 반대’시위 중인 학부모들.
“나라에서 아이 많이 낳으라 하는데 출산, 육아에 대한 혜택은 뭐가 있나요?”

지난 12일 사천읍 정동초등학교 급식소 앞에서 열렸던 ‘무상급식 중단 반대’ 시위에 나선 한 학부모 김모 씨의 한탄이다. 중학교 3학년 큰 아이와 그 아래로 5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 씨는 당장 4월부터 유상급식이 시작되면 한 달에 30만 원이 넘는 급식비를 부담해야 한다. 4명의 자녀 중 막내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또 다른 학부모 공모 씨 역시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 쉽지 않다”며 “학교급식비 마저 학부모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길을 지나는 엄마들 역시 “전국에서 경남만 무상급식을 중단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이런 시위가 있다면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각 학교별 교육과정 설명회가 시작된 12일부터 사천학부모들의 유상급식 반발 여론이 물결을 타며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일어났고 이는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사천시청 앞 광장에서 ‘유상급식 반대 사천학부모 힘모으기’ 시위로 이어졌다. SNS상의 ‘유상급식을 반대하는 사천학부모 모임’에도 620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아침부터 궂은비가 내렸으나 ‘세금 내고 우리 아이들 밥그릇 하나 못 지켜주는 못난 엄마가 되길 싫다’는 마음으로 모인 학부모들은 비옷을 입은 채 ‘무상급식 예산을 조속히 편성하라’, ‘똑같이 세금내고 경남도민만 유상급식!’ 등 손피켓, 주걱, 식판 등을 들고 나섰다.

사천학부모들의 이와 같은 분노는 이제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든데 안 내던 돈을 내야 한다’는 불만에서 조금은 달라져 있다. 전국에서 경남도만 유일하게 무상급식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가운데 교육청과의 협의 없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급조해 계획을 확정짓고 조례로 만들어가는 홍준표 도지사의 ‘선별 복지’ 도정 행보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로 나선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학교급식’이란 용어가 더 적합하며 밥 한 끼가 교육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이제 막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사천읍의 한 엄마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상 급식을 받으면 집 형편이 친구들보다 나쁜 것이 표가 나고 그것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은 생각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돈을 내고 안 내고를 떠나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복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남면의 한 학부모는 “유상급식을 하게 되면 도서지역이나 학생 수가 적은데 저소득층 자녀가 대부분인 학교는 지금의 식재료비 단가로 절대 현재 급식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며 친환경급식재료를 사용해 온 사천 내 학교급식 질 저하도 우려했다.

사실, 이 같은 우려는 사천의 친환경농산물생산 농가들의 고민과 함께 깊어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먹거리 제공, 사천의 친환경농산물생산 농가들에는 안정적 수입을 줬던 친환경급식 4월부터는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친환경생산자영농조합 대표는 “4월 수주량은 여전히 취합 중인데 예년보다 훨씬 적다”며 “아무래도 시 예산 없이 교육청 예산으로는 친환경식재료비를 사는 것이 힘들다”고 전했다.

사천교육청도 유상급식 전환에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행보에 나섰다. 지난 10일과 11일에 걸쳐, 각각 박동식 도의원과 박정열 도의원을 만나 무상급식 정상화를 위한 도의회 협조를 당부했고 무상급식 지키기로 연대한 사천의 시민단체 대표 6명을 만나 시민단체의 적극적 협조도 요청했다. 사천교육청은 또 제186회 사천시의회 임시회가 끝난 후 시의원들과 회동을 통해 급식비 지원에 대한 요구를 할 예정이다.

여러 학부모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무상급식을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은 박정열 도의원은 “곧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고 지금은 어떤 말씀도 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18일 오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가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홍준표 도지사와 박종훈 도교육감을 차례로 만나 경남도와 도교육청 간 무상급식 예산 갈등의 중재에 나섰으나 홍 도지사는 “선별 복지를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문 대표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헌법에 명시한 국가 책임”이라며 “단체장 한 사람의 빗나간 소신 때문에 아이들 밥그릇을 뺏는 것은 도정 아니라 비정이다”라고 비판했다. 도의회는 19일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과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경남도교육청 예산 수정안 의결을 앞두고 있고 이에 여영국 경남도의원은 16일부터 단식을 시작하며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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