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gene Emmanuel Amaury Duval(외젠 엠마뉴엘 아모리 듀발), The Annunciation(수태고지), 1860

중세시대에 그려질 법한 성모잉태에 대한 그림이 20세기를 40년 앞두고 그려졌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모리 듀발(Amaury Duval)이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1808년 프랑스 중부 몽루쥬(Montrouge) 태생으로 저 유명한 장 오귀스트 앵그르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그림의 분위기가 앵그르의 영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으로 하여 잉태하는 장면이다. 다른 말로 성모영보(聖母領報)라고도 한다. 이 그림은 《누가복음》1장 26∼38절에 기록된 것처럼 하느님의 사자인 대천사 가브리엘이 처녀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의 회임(懷姙)을 알리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듀발은 1833년, 즉 25세 되던 해 파리전시회를 통해 화단에 데뷔한 뒤 1834년부터 2년 동안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플로렌스 등을 여행하여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다. 이 그림은 그의 만년의 작품으로서 앵그르의 영향이 그의 예술에 끼친 영향을 첫 눈에 알 수 있다.

성모의 머리 뒤에는 심지어 중세의 그림처럼 Halo(광배)가지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중세 화가들의 수태고지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중세의 수태고지는 엄숙하고 신비한 상황중심으로 그림을 묘사하였다면 이 그림에서는 인물, 즉 성모와 천사 가브리엘의 표정과 태도를 중심으로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성경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야고보의 원(原)복음서》를 보면, 수태고지는 두 차례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우물가에서 천사가 모습은 나타내지 않고 말씀만으로 마리아에게 알리고, 다음에는 집에 돌아와 실을 잣는 마리아에게 사람 모습을 한 가브리엘이 나타나 그 말씀이 마리아의 태내(胎內)에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초기 그리스도교미술과 비잔틴미술에서는 우물가의 마리아에 대한 수태고지와 실은 잣는 마리아에 대한 수태고지의 두 가지 형식이 별도로 다루어졌으나, 니케아 공회 이후로 성모의 수태가 무염시태(無染始胎, immaculate conception) 개념으로 전이되면서 새로운 형식이 나타났다. 곧 그림처럼 명상하는 듯한 분위기의 마리아에게 가브리엘이 나타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도 탁자위에 실 꾸러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원전의 이야기를 전혀 배제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림처럼 성모 마리아는 대개 서 있는 자세가 많다. 하지만 앉았거나 무릎을 꿇고 있는 그림도 많다. 천사는 보통 가브리엘 한 사람만을 그리고 있으나 2∼3명의 천사를 함께 그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하느님의 사자로서 성령의 비둘기를 그리는 경우도 있다. 또 천사는 백합꽃을 들고 있는 때가 많은데, 이 꽃은 하얗고 암수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마리아의 처녀성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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