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계가 재정 조기집행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지경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정부 생각과 달리 현장에선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케케묵은 조기집행보다는 균형집행을 해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재정 조기집행이 처음 등장한 건 2002년이다. 그해 정부가 ‘경제운용 방향’에서 언급한 뒤 이어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재정지출 확대와 집행속도를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 예산에서 건설과 SOC분야 사업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하반기에 쏠리던 재정집행이 상반기로 빨라지면서 당시엔 건설업계도 조기집행을 반겼다.

하지만 점차 상황이 바뀌었다. 하반기 집행을 상반기로 당기는 것은 좋았으나 상반기 쏠림현상이 너무 심해졌다는 거다. 짧은 기간에 여러 사업이 발주되고 그 과정에 업체는 인력난과 장비난에 시달리며, 결과적으로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게 업체 주장이다. 심한 경우는 이로 인해 자칫 사업이 부실해질 수 있음이요, 더 큰 문제는 불황 시기가 오히려 길어져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렵다 된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관계 공무원들도 잘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정부도 조기집행이란 말을 자제하고 균형집행이란 말을 즐겨 썼다. 그런데 올해 다시 조기집행이 등장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재정 조기집행에 관한 문제제기는 공무원 사회 속에서도 나온다. 사천시 사례는 아니지만 행정서류나 관련 비품을 연초에 대량 구입했다가 서식이 바뀌거나 사업방향이 바뀌어 얼마 안가 폐기처분하는 일도 있는가보다. 또 공사비를 일부 선지급 함으로써 감독권이 위축되고 부도라도 날 경우엔 뒤처리가 매우 복잡해진다는 하소연도 있다. 분명 사천시에서도 예외는 아닐 일일다.

그 밖에 예산을 꼭 필요할 때 못 써 비효율이요, 지자체 이자 수입도 줄어 손해란다. 그러니 정부는 산업현장 전반에 귀 기울여 재정 조기집행이 꼭 필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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