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수호자’ 달집, 그 속에 깃든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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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수호자’ 달집, 그 속에 깃든 깊은 뜻
  • 심애향 기자
  • 승인 2015.02.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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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른다, 가자!-정월대보름맞이 특집>

▲ (사진설명=2014년 신벽동 달집태우기 장면, 사진작가 이외돌 씨 제공)
농경사회의 풍속이 짙은 우리 민족에게 예로부터 달이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달은 선조들에게 ‘안녕의 수호자’였다. 달에게 남편의 귀갓길 안전을 빌었고, 한해 농사 풍년을 기원했으며 자식들의 건강과 성공을 빌었다. 밤하늘의 밝은 달은 그렇게 소원성취 기원의 대상이면서 인생길에 어둠을 물리치는 빛을 상징했다.

복을 비는 행사는 시절과 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펼쳐졌고 이는 세시풍속이 돼 지금까지도 우리의 보편적 정서와 풍습으로 남았다.

이제 곧 맞게 될 정월대보름날은 이 풍속의 대표적 행사들을 볼 수 있는 날. ‘달집태우기’는 그 중 가장 크게 치러지는 액막이 행사로, 흉하고 나쁜 일들은 물러가고 바라고 좋은 일들만 성취되기를 비는 것이다.

사천에서도 매년 대보름날이 오면 크고 작은 달집이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사천앞들과 삼천포 팔포, 서포면 대포마을 저수지 밑 들판, 축동면 배춘마을회관, 벌용동 용두마을과 와룡마을, 곤양고등학교 앞 등 143곳에서 달집 태우기가 펼쳐진다.

‘그 날’이 오면 항상 들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달집이지만 실은 이 ‘집’을 짓는 일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1997년부터 올해까지 18년 째 달집을 짓고 있는 사천청실회와 사천청실회 특우회원 강기성 씨의 설명으로 그 자세한 과정과 각 순서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다. 그 과정과 의미는 선조들이 자연에 영령이 깃들었다고 믿었던 무속신앙의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먼저, 달집이란 ‘달’과 ‘집’의 합성어로 달을 둘러싸고 있는 달막(月幕)이란 뜻을 갖기도 한다. 즉, ‘달집태우기’란 달을 둥글게 감싼 막처럼 원추형의 나뭇더미를 불에 태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작업은 음력 1월 15일, 대보름날이 되기 약 1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강 씨가 설명했다.

“달집을 짓기 전 가장 먼저, 소나무로 말뚝을 박고 새끼줄로 지름 10미터의 원을 그려 중심을 잡습니다. 음양오행설에 기초해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색깔로 깃발을 만든 오방기도 사방에 세우고 땅의 주인이라 여기는 ‘성주신’에게 달집 제작을 알리는 제를 올립니다. 인간 삶에 수반되는 각종 횡액을 막아 달라는 기원과 ‘이곳에다 집을 짓겠다’는 일종의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지요.”

그 다음 단계로는 삼주송목이라 하는 12미터 길이의 소나무 세 기둥을 정삼각형에 맞도록 삼각뿔을 세우고 묶는다. 세 소나무는 각각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의미한다. 세 기둥 사이로 작은 소나무 4개를 세워 올리면서 둥근 형태를 만드는데 이때 소요되는 총 12개 작은 소나무 기둥들은 12달을 의미한다.

그 사이를 다시 메우기 위해 대나무 365개를 새끼줄로 엮어 세우는데 이 역시 일 년의 날 수를 의미하고, 그 속을 채워주는 4동의 짚단은 4계절을 뜻한다. 솔가지와 장작들을 달집 안에 쌓고 달뜨는 방향으로 문을 낸 다음, 용마루를 씌운 후 이엉을 주변에 둘러치고 새끼줄로 중간 중간 동여 매어주면 작업은 마무리 된다.

장정 30~40명이 힘을 모아도 적잖은 노력이 드는 ‘집짓기’다. 강 씨는 달집이 완성되고 대보름날 아침이 되면 당산제를 올린다고 했다.

“사천읍성 서편 쪽으로 난 당산나무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동제를 지내온 천년수 당산목입니다. 아침 7~8시 경에 사천청실회 회장이 제주를 맡아 당산제를 올립니다. 당산을 타고 달의 신이 온다고 믿는 오래된 세시풍속이지요. 달집이 타오르면서 모든 액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월성신(달신)께 내려와 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내려올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달집을 만드는 방법은 사실 좁게는 사천의 각 읍·면·동 지역 마다 그 작업 과정이나 크기가 다르고, 넓게는 전국 각 시·도 별 풍속에 따라 조금씩 유래와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재목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 소나무이고 짚단과 솔가지, 장작으로 속을 채우는 것은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세시풍속에 특별한 ‘메뉴얼’이 없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길흉화복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간절함이 두 손을 모으게 했고 달집은 그 마음의 초석을 닦은 ‘기도’일테니 말이다.

다음달 5일이면 달이 한껏 차올라 환하게 떠오를 것이다. 가족과 이웃 함께 모여 불운을 태우고 복을 부르는 흥겨움에 젖어보자. 더불어, 타오르는 달집에 담긴 정성도 되새겨보면 좋을 듯하다.

(사진설명=2014년 신벽동 달집태우기 장면, 사진작가 이외돌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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