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구놀이’ 찾아낸 사천문화원 공대원 사무국장에게 듣다

▲ '적구놀이' 공연 모습.(사진=사천문화원 제공)
‘적구’는 잡귀를 뜻하는 인형으로, 놀이에서 마을 사람들을 희롱하고 나쁜 일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는다. 놀이의 내용은 ‘적구’가 동제를 지내는 마을에 나타나서 마을과 사람들을 괴롭히면 적구의 남편인 ‘적덕이’가 나타나 ‘적구’의 행실을 추궁하며 두 귀신이 같이 놀음판을 벌이고 이후 천하궁도시라는 신령이 나타나 두 귀신을 잡아가고 마을에 복을 준다는 것.

이 놀이는 마을굿과 함께 진행됐고 굿이 끝나고 나면 마을사람들은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하며 바닷가로 내려와 ‘적구’를 태우며 액막이를 했다. 별신굿을 특히 크게 열었던 신수도에서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적구’를 이용한 액막이를 했었다.

하지만 사천문화원 공대원 사무국장이 신수도 어르신들을 찾아 그 ‘오래된 미래’를 펼쳐보기 전까지 그 시절의 인형놀이는 기억에 묻혀 있었다. 그 옛날 선조들의 애환과 얼이 묻어 있는, ‘우리가 몰랐던’ 전통 문화가 이제야 빛을 보는 셈이다.

사실 이 전통의 ‘묻힌 기억’은 남해안별신굿 전수조교인 공 사무국장도 오랫동안 간직해온 것이었다. 그에게 ‘적구놀이’는 낯설지 않았다. 지난 8일, 사천문화원에서 마주한 그는 이 ‘반갑고도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긴 이야기를 전했다.

“1987년, 제가 스무 살 때 남해안별신굿을 배웠습니다. 당시 선생님들께서 저희들에게 ‘적뜨기 놀이, 비비각시놀이’ 등 예전 악사들이 하던 것들을 해 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적구놀이’의 또 다른 이름이었지요. 어떻게 놀이를 하고 사설은 어떻게 되는지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품으로 만들어 낼 능력이 안됐어요. 그러기에 너무 어렸지요.”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적구놀이’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이 있어왔던 모양이다.

▲ 사천문화원 공대원 사무국장이 '적구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놀이에 필요한 인형인 ‘적구’ 만드는 법을 몰랐어요. 선생님들께서 ‘열 십 자에 짚을 엮어 만들면 된다’라고만 말씀해 주시고 정확히 어떻게 만드는지는 안 가르쳐주셨어요. 그러다가 ‘신수도 동제’라는 책에 ‘적구놀이’가 언급 된 걸 보고 그 책을 쓰셨던 사천문화원 감사님께 여쭤보니 ‘신수도에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아셨어요. 신수도로 가서 어르신들을 만났어요. 그분들이 ‘적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반가웠지요.”

공 사무국장이 굿패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놀이’와 신수도 어르신들의 ‘적구’가 만나면 ‘적구놀이’의 복원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2011년에 생활문화공동체전승사업에 사업계획서를 냈어요. 다행히 선정이 돼서 국비를 받아 신수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조사, 발굴에 들어갔어요. 그분들이 기억하는 사설과 놀이를 듣고 제가 알고 있는 놀이와 접목을 시켰지요. 선정적이거나 과격한 말들은 순화 시켜서 시나리오를 재작성 한 거죠. 그러면서 지난해에 경남민속예술축제에 나갔는데 전통 민속 예술가들이 이런 인형놀이는 처음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여전히 시나리오 작업은 계속 되고 있다. ‘야생’의 전통 문화에 풍물과 극적인 요소를 입혀 예술로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공 사무국장과 보존회의 몫이다.

“‘적구’라는 인형이 신수도에 살아남았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요. 지금 그 어르신들이 적구의 형태, 만드는 방법, 놀이를 육성으로 전해 줄 만큼 생생하게 전해오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문화재로 보존하는데 근거자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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