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시너지효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무슨 의미?
경남“사천에서 한다는 얘기”…충북“청주 선택할 밖에”
항공MRO가 사천지역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경남과 사천, 충북과 청주가 사업 유치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에 들어갔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 사장으로부터 좀 더 유리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서로 애쓰는 모양새다.
지난 4일 KAI노조와 시민단체들이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KAI의 MRO사업 청주 이전 반대”를 외친 후 이 문제는 사천과 청주 두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먼저 청주시의회와 충북도의회에선 각 예결산특위가 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 관련 내년도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변이 없는 한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사천시와 경남도에선 기자회견 내용이 다소 과장되거나 부풀려졌다고 평가하면서도 MRO사업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8일과 9일엔 하성용 사장의 행보에 일희일비 했다. 먼저 웃은 쪽은 사천과 경남이다. 하 사장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만남이 있은 후 경남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 지사가 “KAI의 항공정비 사업이 사천지역에 계속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사천시와 긴밀히 협조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하 사장이 “항공정비사업이 청주로 이전한다는 소문으로 경남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KAI 본사가 사천지역에 있는 만큼 항공정비사업도 시너지효과가 나타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음을 알렸다. 이 소식은 ‘KAI가 MRO사업을 사천에서 계속 하려는가 보다’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9일,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북도의회에서 “(전날 경남에서)하 사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됐다”며 “내년 1월에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하면 청주공항 MRO사업은 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 지사 발언의 배경에는 이날 아침 하 사장이 정우택 국회의원(청주, 정무위원장), 국토부 이문기 항공정책관, 이승훈 청주시장 등과 가진 조찬간담회가 있었다. KAI 관계자에 따르면, 하 사장은 이 자리에서 “KAI는 MRO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미래성장산업으로 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아직 어떤 구체적 입장도 정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루라는 시간차를 두고 두 지역 행정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운 셈인데, 그 결과 각자 나아갈 길을 가겠다는 분위기다. 경남도 항공우주산업과에서는 “KAI의 공식입장이 확인된 만큼 향후 사천지역에 항공MRO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고, 반면 이승훈 청주시장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민간 항공기 정비 수요와 지자체 지원 등 투자여건을 따지면 청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6일, 여상규 국회의원은 사천읍사무소에서 경남도의원과 사천시의원, 지역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KAI MRO 사업 관련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 의원은 “(정부가)2009년엔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항공MRO 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MRO사업이 사천에서 자리 잡도록 경남과 사천, 진주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선두 사천부시장도 지난 4일 KAI 하 사장을 만났다. 이 부시장에 따르면 이날 하 사장은 “KAI의 여건상 사천에서 항공MRO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며 “(사천시와 경남도가)용당지구를 개발해 임대해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