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gas, 1834-1917)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에 대한 그림을 평생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그 시선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지긋이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일관되어 그가 여성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그의 아버지는 부유한 은행가였고 외조부는 미국의 대농장주였기 때문에 드가의 어린 시절은 매우 유복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려했으나 드가는 이미 회화에 깊이 빠져있었기 때문에 곧 에콜 보자르(프랑스 국립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화가 수업을 받게 된다.

드가가 관심을 가진 그림의 주제는 널리 알려져 있는 ‘무희’가 있지만 사실 이 ‘무희’ 그림은 드가의 진면목을 말해 주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드가는 ‘오노레 도미에’를 매우 존경하였는데 도미에가 그림의 주제로 처음 등장시킨 세탁부처럼 보통의 삶을 사는 여성보다는 음지에서 일하는(당시 세탁부는 최하위 계급에 속했음)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이 그림에서도 세탁물을 다림질하는 여성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의 주인공은 Emma Dobigny로서 당시 파리 예술가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여성인사였다. 이 그림이 그려지기 훨씬 전에 인상주의 화가 그룹의 바르비종파의 일원이었던 카미유 코로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여성이었는데 마침내 드가의 그림에서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엠마 도비니의 위치를 짐작하게 한다.

이 그림은 사실 미완성이다. 자세히 보면 팔 부분이 이중적으로 보이는데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새로운 생각을 그림에 옮겨놓은 흔적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얼굴 부분은 매우 정교한 묘사가 되어 있고 나머지는 묘사가 진행되는 중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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