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가 우수학생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기숙사를 건립할 뜻을 밝혔다. 62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운영비로 연간 15억 원 정도를 쓰겠단다. 이 가운데 10억 원 정도는 유명 학원 강사비라고 하니 ‘파격’이란 느낌이다. 이곳에 들어올 학생들은 먹고 자고 공부하는 것까지 모두 공짜로 누릴 수 있다. 단, 조건은 삼천포지역(=동지역)에서 공부 좀 한다는 소릴 들어야 하고(상위 5%), 도중에 삐거덕 하면 쫓겨나는 험한 꼴을 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상은 해 볼 수 있겠다. 어떤 부류는 사천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안이라며 응원을 보낼 테고, 반대로 교육적으로도 썩 좋지 않을 뿐더러 여러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부류도 생길 터다. 논란과 갈등이 없다면 다행스런 일이나 있다고 해서 상을 찡그릴 일은 아니다. 어딜 가나 무얼 하나 여러 사람이 있다면 이견은 있을 수 있고, 소통과 설득의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사천시가 이 사업을 기획한 배경은 뭘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 막대한 예산을 써 가며 고급 사교육을 제공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겉으로 드러난 바로는 ‘인재육성’이 목표다. 그러나 한걸음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 사천이 가진 해묵은 난제인 ‘교육문제’ 극복이 있고, 이를 통한 ‘인구증가’ 의도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인구문제가 해결 된다.’ 이 논리는 사천에서 지역문제를 걱정해본 사람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갈 것이다.

그렇다면 사천시가 나서서 고급 사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 교육문제 해결책이고 인구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일까? 이에 대한 답을 사천시가 제대로 가졌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부든 지자체든, 어떤 정책을 도입함에 있어 투자 대비 기대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안 해본 일이니 일단 해보자’는 막연한 심정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쓰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갈등을 감당하겠노라 생각한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소수의 성적 우수생만을 위한 고급 사교육 제공. 이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10여 년 전 우수고 설립 논란으로 이미 뼈아픈 교훈도 가졌음이다. 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작업부터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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