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잘 쓰면 '팔자'를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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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잘 쓰면 '팔자'를 고친다
  • 권형기 교보생명 FP
  • 승인 2008.09.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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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가계부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가계부가 엉망인 가계의 살림이 좋아지리라고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많은 가장들은 가계부를 쓰는 것은 아내의 몫이고 심지어 가계살림이 너무 빤해서 가계부가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대부분의 모습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을 잉여자산이라 하는데 대부분은 이것이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차액이 크면 클수록 그 가계부는 엉터리고 잘 못쓴다는 반증입니다.

가계부를 무척 꼼꼼하게 잘 쓰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부지런함과 세심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냥 옳은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가계부는 결코 일일 지출명세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를 보며 공연히 짜증내는 아내, 가계부가 어떻게 쓰여 지는지 관심조차 없는 남편, 빼곡한 지출목록과 숫자들을 일일이 쓰고 읽는 것은 고역이고 많은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여쭤보면, 의미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 가계부가 과연 필요하겠습니까?

1. 잘 쓰는 가계부에는 꿈이 있다.
저마다 마음속에 꿈이 있을 것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고 잘 살고 싶다고 소망할 것입니다. 어떤 분이 한 10억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게 말합니다. 되물었습니다. 10억이 있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 분은 한참을 어물거렸습니다.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지만 한,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재무적 요소보다 비재무적 요소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 비재무적요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목표와 비전입니다. 목표와 비전이 없는 사람에게는 막상 큰돈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가정에서 부부가 함께 서로의 꿈과 비전에 대해 대화하기를 소망합니다. 개인적 꿈과 막연한 소망들이 가급적 많이 이야기되기를 바랍니다. 허황된 꿈일 지라도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 부부가 함께 꾸는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잡고 실천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하게 시각화해서 옮겨야 합니다. 그림도 좋고 글도 좋습니다. 당연히 그 내용이 구체적인 숫자로 반영되는 곳은 가계부입니다.
가계부에 꿈이 있고 그 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하신 것입니다.

2. 구체적 목표를 단계별로 명시하라.
월급쟁이들은 수입, 지출 규모를 쉽게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예측가능한 수준의 수입, 지출 규모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가계부에 1-2년 단위의 단기목표, 3년 이상의 중기목표, 10년 이상의 장기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 명시해야 합니다. 목표를 단계별로 설정하는 것은 가계자산을 어떻게 배분할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끔, 예기치 않은 지출사항이 발생하여 목표가 좌절되고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것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드물고 많은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녀들은 자라고 학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노후는 다가옵니다. 때가되면 결혼을 하거나 차를 교체해야 되고 집을 구입 혹은 확장해야 합니다. 그 시기와 단계에 맞게 목표를 세우고 재무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한 것은 언젠가 지면을 통해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가계부를 부부가 공유하라.
앞서 언급했듯이 가계부를 아내가 독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귀찮은 일이겠지만 부부가 함께 들여다보고 점검해야 할 중요한 가정의 재무제표입니다. 주 수입원이 남편이라면 남편은 당연한 권리로서 가계부를 보아야 하고 그것은 가정 경제를 더 잘 꾸려가기 위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가계부를 직접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부관계나 가정경제의 어떤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살림을 꾸리는데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부부가 더 많은 가계자산을 더 빨리 확보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는 더 확실한 경제관념을 심어준다고 합니다. 특히 밥상머리에서 조차 대화가 없는 요즘의 세태에서 가계부는 훌륭한 대화의 매개체가 됩니다. 물론, 첫 번째로 언급했던 꿈이 있는 가계부여야 합니다.

4. 지출항목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대한 세분화하라.
늘 돈이 남고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환경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늘 돈이 부족하고 때로는 빚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만난 어떤 고객은 아무리 가계부를 들여다봐도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없고 저축의 여력이 없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컨설팅이 끝나고 나면 여윳돈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어떤 것은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출 항목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적극적인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자녀의 학원비 30만원과 대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 30만원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부의 가치관과 직접 관련 있습니다. 또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아내의 경우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강조 하고 싶은 것은 우선순위는 부부 어느 한쪽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고통에 대한 분담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도 부부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지출을 세분화하면 세분화 할수록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만 가장 좋은 재테크는 아끼는 것입니다.

5. 남편의 안주머니를 챙겨라.
기업에서와 같이 가정에서도 분식회계는 종종 발생합니다. 아내의 충동구매로 인한 과소비를 숨기기 위해 가계부에 엉터리로 반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남자 쪽에서 발생합니다. 남자들은 그 씀씀이가 대중없습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지출 내역을 밥값, 유류비, 술값, 담배값, 경조사비 및 기타로 분류하고 그 구체적 내역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 경험해봄직한 일 중의 하나는 거의 대부분 불가피했다고 말하는 불필요한 지출 때문에 아내가 모르는 빚을 지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안에서 모아도 밖에서 모르게 새어나간다면 10년 농사 헛일입니다.

잠시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면 영업활동을 하면서 제 지출이 무분별해지자 저는 아내에게 현금대신 신용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출이 발생할 때 마다 그것이 실시간으로 아내의 휴대전화로 알림장이 가게 했습니다. 한 달에 현금으로 지출된 것을 체크했더니 채 10만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출 규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지출 내용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남편의 지출 내역도 아내는 챙기고 가계부에 반영해야 합니다. 남편 용돈 얼마 하는 식으로 가계부 목록에 적혀 있다면 적어도 한 가지의 가능성을 잃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의 가능성을 얻게 됩니다. 물론 잃을 수 있는 것은 돈이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빚입니다.

우리나라 남자들, 특히 경상도 남자들의 호방함은 세계적 수준이라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 적잖은 핀잔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쩨쩨해 지십시오. 작은 것에 쩨쩨해 지면 큰 일 앞에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5. 경제동향을 반영하라.
맞벌이 10억 만들기 플랜이 요즘도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맞벌이 부부에게 그것은 복음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흔히 부자의 기준이 집 있고 유동자산 10억이라는데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중에는 많은 재테크와 관련된 서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정보는 무수히 떠돌고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들이 많아 눈이 잘 가지 않습니다. 흔히 장바구니 경제라고 일컫는 것이 있습니다. 물가를 반영하는 어쩌면 가장 생생한 경제 동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만 잘 안다고 해서 살림살이가 더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경제동향과 관련된 기사나 정보가 있으면 눈 여겨 봐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메모하고 스크랩해서 가계부에 옮겨 두고 학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얼마 전에 고향에 계신 친지 중 한 분이 금융사기를 당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피싱도 아니고 다단계 금융투자와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볼 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한평생을 살아오시면서 투자라고는 해보지 못한 촌로가 듣기에는 썩 그럴 듯 했던가 봅니다. 제법 똑똑하다는 친구는 한 외국 보험회사의 설계사로부터 잘못된 투자를 제의받고 투자하여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경제동향이나 투자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필요할 때 올바르고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해 때를 놓치거나 낭패를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계부는 그야말로 경제 학습지가 되어야 합니다. 낯선 용어를 익히고 그것을 어떻게 가계살림과 연관해서 응용할 것인지 탐구하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당장은 귀찮은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가계부는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가계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정의 자산상태 점검 3대 POINT>
-가끔 가정의 자산상태에 대해 점검하는가?
-현재 자신의 자산과 부채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가?
-배우자와 이런 부분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하는가?

환절기에 감기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미쳐 우리 몸이 그 미묘한 절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약자나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분들은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할 시기가 바로 환절기입니다. 지금의 경제동향을 비유해서 말하면 환절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절묘한 때입니다. 가계 재정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가혹한 시련의 시기가 될 것이며 주먹구구식의 투자와 재테크를 해 오셨던 분들 또한 크게 어려움을 겪으실 것입니다. 낙담하고 한숨짓기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데 그 답답함이 있습니다.

저는 이 답답한 심정을 어느 호젓한 밤에, 풀벌레 소리와 두 어린 아이의 잠소리가 가벼이 떠도는 방에서 마치 갑작스레 생각 난 이야기인 냥 아내와 이야기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대화를 통해 용기와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것은 가장 작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그러나 오래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목표가 있고 비전이 제시되었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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