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포만 일원서 500여 마리 일주일 머물러…시, 생태공원화 관심

광포만을 찾은 흑두루미떼. 도연스님 제공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알려진 흑두루미(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228호)가 올해도 사천 광포만을 찾았다.

사천환경운동연합은 올해 흑두루미 500여 마리가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머물며 먹이활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 이즈미시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진 겨울철새다. 몸길이는 76㎝ 정도이며, 온몸이 균일한 암회색이고 머리는 흰색이다. 전 세계적으로 1만 마리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만에서는 한 해 500여 마리 정도가 월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체는 일본 이즈미시에서 겨울을 난다.

먹이활동 중인 흑두루미. 사진: 도연스님 제공
흑두루미 500여 마리가 사천 광포만을 방문했다. 사진: 도연스님 제공
사천을 찾은 조류연구가 도연스님은 “지난 10월 28일 저녁부터 광포만을 찾은 흑두루미 떼를 관찰했는데, 28일 300마리에서 29일 오전 최대 500마리까지 모인 것을 봤다”며 “광포만은 순천만 못지않은 곳이다. 사람의 접근이 어렵고 인적이 드문 광포만에 앞으로는 더 많은 개체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흑두루미들은 일본 이즈미시 일원에서 대부분 겨울을 나고 있는데, 질병이 돌 경우 몰살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월동지 분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흑두루미들은 광포만을 현재 기착지로 쓰고 있지만, 논에 나락 등을 뿌려 먹이를 제공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면 머지않아 사천에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천환경운동연합 김향진 사무국장은 “사천 광포만은 모래톱과 갯잔디 군락이 발달해 흑두루미 떼가 활동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갯잔디가 흑두루미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모래톱이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보호종 흑두루미가 먹이활동을 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게끔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천시 역시 광포만 보호대책과 생태관광지 활용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시의회 등에서 광포만 생태공원화 주장이 나왔다. 지난 9월 시정질문 답변에서 송도근 시장은 “2030도시기본계획에 광포만을 생태공원으로 반영하겠다”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중앙정부와 절충하고 협의하겠다. 광포만은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기타 활용가치 높은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사천시가 광포만 생태공원계획을 어떻게 추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흑두루미. (사진=뉴스사천 DB)
광포만은 사천시 서포면 조도리, 외구리 그리고 곤양면 대진리, 환덕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넓은 만으로, 곤양천 하구에 위치하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이다. 곤양천이 광포만과 만나는 지점에는 가늘고 고운 모래로 형성된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약 3만3000평방미터(약 1만평)에 달하는 모래톱 위로는 갯잔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갯잔디 군락은 각종 철새들의 쉼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어패류의 산란장과 치어들의 생육장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사천지역 습지와 저수지 등에는 천둥오리, 흰빰검둥오리, 도요새, 물떼새 등이 찾아오고 있다.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역시 와룡산 인근 저수지와 들판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0여 마리가 넘는 원앙이 사천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빠르게 원앙 떼가 관측됐다. 원앙은 주로 연해주 아무르강 주변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는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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