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무상급식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부터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장 저소득층을 제외한 도내 22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다시 싸거나 돈을 내고 점심을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수년간 이어온 무상급식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겉으로 드러난 걸 보면 감사를 둘러싼 갈등이다. 경남도가 무상급식비 지원에 따른 운영 전반을 감사하겠다고 밝히자 경남도교육청은 교육자치를 침해한다며 감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는 ‘경상남도보조금관리조례’와 ‘경상남도학교급식지원조례’ 등을 들어 무상급식비를 비롯한 각종 보조금 사용내역을 지도‧감독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도교육청은 보조금 사용 내역에 관한 지도‧감독은 평소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서, 특별히 ‘감사’라는 이름으로 사업 전반을 살피겠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홍준표 지사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그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고 주장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박종훈 교육감은 “도교육청이 경남도 하부기관이 아니다”며 의연한 자세다. 일각에선 이번 갈등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보기도 한다. 홍 지사가 박 교육감을 길들이기 하려는 것에 맞서 박 교육감이 자존심을 내세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시각은 자칫 양비론으로 빠져들 수 있겠다.

그러나 핵심은 교육복지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초등에서 중등으로 무상교육이 확대되어 가듯 학교에서 밥을 먹는 문제도 국가가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가 재정이 탄탄하지 못하니 그 짐을 지자체가 나눠지고 있는 셈이다. 무상급식비는 시‧도‧국비로 구성되고, 종합 운영은 도교육청이 맡는다. 도교육청은 자체 감사 기능을 가졌고, 경남도와 대등한 독립된 기관이다.

그렇다면 시‧도‧국비가 혼재된 무상급식비를 최종 관리‧감독한 도교육청을 감사 해야 한다면 누가 적격인가? 당연히 정부기관이어야 하지 않나? 도교육청은 감사원에 감사지원요청을 이미 했다. 심지어 경남도에 합동감사단을 꾸리자는 제안도 했다. 이쯤 되면 ‘무대포식 감사 거부’는 아닌 셈이다.

홍 지사는 상식적이지 않은 무상급식 논란으로 뭘 얻으려 하는가. 그의 무상급식 감사 추진에 이은 관련 예산 삭감 발언이 22만 명 어린 학생들의 급식권을 볼모로 추는 깨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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