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세계타악축제가 격랑에 휩싸였다.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함에 있어 주민 참여 역할을 맡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타악축제 예산을 반영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내년 예산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예산 확보에 부정적이기는 사천시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사실 타악축제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축제는 4월 30일에 이르러서야 예산이 확보돼 부리나케 치렀다. 지난해에도 사천문화재단 사무국장 인선문제와 전년도 정산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2012년엔 어땠나. 그 전까지 축제를 총괄했던 최종실 교수(중앙대) 스타일에서 벗어나자는 뜻에서 문화재단을 만들어 진행했지만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논란의 불씨를 낳았다. 최종실 교수가 맡았던 그 전 축제도 순탄치 않았다. 때론 합리적 비판도 있었고, 다분히 감정 섞인 트집도 있었다. 어찌 보면 타악축제는 2006년 첫걸음을 뗀 이후 논란과 비난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셈이다.

이럴 바에야 타악축제를 깨끗이 포기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삼천포12차농악을 소재로 세계 타악인들을 사천으로 불러들여 한판 놀아보자’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는지 모른다. 예술인들을 위한 향연인지 아니면 관광객을 불러들일 쇼인지 정체성도 모호했다. 그러니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이쯤에서 정리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모양새는 아니지 않은가. 우후죽순 축제가 난립했다며 시민토론회를 열겠다고 시가 밝혔고, 관련 연구용역도 발주해 1월이면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예산액이라도 먼저 반영해 두고 토론과 연구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 내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래야 국비와 도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만약 축제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그때 가서 다른 예산으로 돌리고, 국도비는 반납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산을 반영해두는 것이 축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괜한 기대감을 제공할 수 있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타악축제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이미 마음을 정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과 같다. 토론회니 연구용역이니 하는 것은 괜한 허울이요 예산낭비다.

송도근 시장은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합리적 절차를 따르면서 반대쪽에 서 있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힘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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