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올해로 지방자치는 부활된 지 꼭 23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시장・도지사・군수・구청장 등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뽑으면서 지방자치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방자치’란 말에서 자치란 ‘주민들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이 대리인을 선출하면서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이라는 말이 ‘자치’와 결합되면서 주민생활에서 자치는 반쪽이 되었으며,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사전적 의미는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지방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은 (1) 사방의 중심이 되는 한가운데, (2) 양쪽 끝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지점, (3) 중심이 되는 중요한 곳, (4) 지방에 상대하여 수도를 이르는 말이다. 사전의 뜻풀이에서 지방은 서울・중앙・수도의 지배를 받는 지역이 되고 만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에서 조차 지방은 중앙의 통치와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중앙지배통치에서 지금의 21세기까지 우리의 의식과 제도에는 중앙지배적인 사고가 만연하다. 중앙인 서울로 가지 못하면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이 취급당하고 만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 이외의 지역인 지방을 ‘시골’이라고 부르며, 시골사람들을 ‘촌놈’으로 치부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다. 제주는 시골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울로 보내어 공부를 하게 하여야 잘될 수 있다는 속담에는 중앙통치와 사고로 등골이 휘어진 시골촌놈들의 중앙을 향한 뼈아픔과 한이 서려있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고유명사 중에 중앙유치원, 중앙초・중・고등학교, 중앙대학교는 있지만 지방유치원, 지방초・중・고등학교, 지방대학교는 없다. 중앙시장, 중앙다방, 중앙병원은 들어봤지만 지방시장, 지방다방, 지방병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사천과 삼천포에는 중앙시장이 2개 있다. 삼천포중앙여자중학교도 있다. 사천중앙병원도 있다. 서울에 가면 병도 잘 고칠 수 있는데 서울을 못가는 시골촌놈들을 위로를 해주기 위해서인지 삼천포에는 서울병원이 있다. 통영에도 통영서울병원, 고성에도 고성서울병원, 진주에는 서울아동병원이 있다. 서울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 병원은 문을 닫을 판이다.

요즈음은 ‘중앙’이라는 말을 더 유식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인지 센텀시티, 센텀병원 등이 유행이다. ‘센텀’(cemtum)이란 말은 라틴어로 100이란 숫자를 뜻하는데, ‘100% 완벽한’, ‘1 세기’, 혹은 ‘중앙’으로 번역되는 신종 외국어 바이러스로 둔갑했다. 부산센텀시티, 창원센텀병원, 진주센텀병원, 거제센텀병원 등의 이름은 중앙을 향하고자 하는 시골촌놈들의 중앙병을 이용한 웃지 못 할 코미디이다. 중앙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와 사고는 이제 지워버려야 한다. 우리가 떳떳하게 ‘사천지방병원’, ‘삼천포지방고등학교’, ‘사천지방시장’이라는 말을 즐겨 부를 때, 중앙지배적이고 서울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시골촌놈만을 위한 지방자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최상한(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주민참여리더십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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