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정체성이 모호하다!’ ‘예산 낭비 아니냐?’... 사천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 각계의 비판어린 시선 속에 ‘말 많고 탈 많았던’ 2014사천세계타악축제가 끝났다. 사천시로선 지난해 말 예산삭감의 위기를 추경예산 반영으로 넘기고, 3개월이란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 없이 축제를 치른 셈이다. 분명 여러 사람들의 땀이 어우러져 일군 결과일 테다.

문제는 ‘큰 사고는 없었다’ 하나 사천시가 타악축제를 계속해야 할 ‘명분을 찾았는가’ 하는 데 있다. 타악축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적잖은 에너지로 논쟁했던 것에 비춰보면 당연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주최 측 입장에선 이번 행사로 타악축제의 진퇴까지 논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억울할 수 있겠으나, 축제 예산 확보 과정에서 시가 의회를 향해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호소했던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축제 예산은 지난해보다 1억 원 줄었고, 축제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주최 측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축제를 강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축제를 지켜본 사람들은 “예년과 비슷했다”고 말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몇몇 새로운 시도가 있었으나 눈에 크게 띠는 수준은 아니었단 얘기다. 게다가 태풍이란 돌발변수가 있었다. 태풍 나크리 탓에 많은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주말공연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심지어 체험행사를 비롯한 일부 행사는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태풍 나크리는 축제를 망쳐 놓았다. 그런데 한편으론 올해 타악축제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도록 만들어버린 측면도 있다. 축제의 잘잘못을 따짐에 있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건지 애매해 졌음이다. 조금은 역설적인 순간이다.

어찌되었든 사천시는 당초 약속대로 이번 축제를 계기로 타악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평가제 도입을 실천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축제를 없애는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다른 여타 축제들과 중복됨은 없는지 따져 각종 크고 작은 축제를 통폐합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타악축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사천의 축제를 살리는 길이다.

끝으로 타악축제를 평가하고 방향을 찾는 일에는 그 동안 축제에 관여했던 전문가와 실무자, 문화예술인, 그리고 지역민대표가 골고루 참여하길 바란다. 누군가가 주도하면 반대편은 소외되거나 스스로 관심을 끊는 파벌주의. 더 이상 사천의 문화예술계에 발부치지 못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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