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면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행정구역의 최소단위인 ‘리’에서 그 사무를 맡아 보는 사람, 이장! 그가 지자체에서 임명한 면장(사무관)을 상대로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상급기관에 고발했다. 한편으론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솔깃해진다. 곤명면장은 올해 4월 특정인 소유의 산에 난 길 일부를 포장해 줬다. 이를 뒤늦게 안 해당 마을(=성방) 이장은 면장을 향해 태클을 걸었다. 시 예산이 특정 개인을 위해 쓰였음을 비판하며 상급기관에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반면 곤명면장은 자신의 행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마을이장과 협의하진 않았으나 예산 지원이 합당했고, 그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되레 이런 분란의 배경에 이장이 있다며, 이장과 임야 소유주 사이 불편한 관계를 탓했다.

얼핏 보면 두 사람 주장 모두 일 리 있게 들린다. 허나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구분이 또렷해진다. 이장과 임야 소유주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떠나 곤명면장의 행정행위가 옳았는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첫째, 곤명면장은 왜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에게 공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통상적인 관례에 비춰보면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이것이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일이고 보면 더욱 의구심이 든다.

둘째, 해당 임야 도로포장은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면장 스스로 밝혔듯 올해초 곤명면 숙원사업은 200건이 넘었다. 성방마을에서 요청한 것도 여러 건. 이들 가운데 하필 개인 땅에 사업비를 써야 할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셋째, 이번 사업비 지원이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는 ‘땅 주인 외 다른 사람이 그 길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임도는 사실상 특정인 소유의 ‘매실밭 작업로’다. 외부의 다른 길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공공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게 설득력 있을까?

이런 궁금증에 속 시원히 답한다면 특혜 시비는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그 답이 시원찮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형님-동생’ ‘아재-조카’로 얽혀 ‘눈 먼 돈 내 식구 챙겨주기’식 관행에 마을이장이 제대로 태클을 걸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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