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후보 험담에 지역발전 위한 비전 제시는 뒷전

▲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정책대결보다는 상대후보의 약점을 겨냥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사천시장선거전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선거란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 말은 프랭클린 P. 애덤스가 남긴 유명한 정치격언이다. 선거일 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달 31일과 6월 1일, 각 후보들은 마치 애덤스가 남긴 명언을 따르듯 자신이 ‘덜 나쁜 후보’임을 강조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지역사회는 각 후보들의 방송차량과 공개연설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지역발전에 대한 공약과 담론이 아닌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전이 절정을 이뤄 유권자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특히 사천시장선거를 둘러싼 공방전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정만규(새누리당) 후보 측에서 연거푸 불거진 금품살포 의혹 이후 노골화 됐다. 양자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사천시장선거에서 상대측인 송도근(무소속) 후보 캠프는 이에 포문을 열었고, 각 진영은 기자회견을 주고받으며 네거티브전을 가열시켰다.

지난달 28일 오후, 송 후보와 정 후보가 각각 1시간 간격으로 연 기자회견은 네거티브전의 정점이 됐다. 이날 먼저 기자회견을 연 송 후보는 “정 후보 측 공보물에 박근혜 대통령과 합성한 사진을 실었다”며 “국가원수를 이용한 선거전을 중단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후보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이 많고, 굳이 사진을 합성할 이유가 없다”며 사진합성 의혹을 일축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선관위 조사결과 사진합성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선관위 측은 “공직선거법 250조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돼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간에 떠돌고 있는 부실시정, 금품수수 연루 의혹 등을 해명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로 송 후보를 지목하며 “유언비어 날조와 흑색선전을 중단하고 정정당당한 정책선거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말미에 정 후보는 송 후보의 가족관계, 과거 범죄전력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방금 전 자신이 제시했던 ‘정책선거’를 무색하게 했다. 이에 송 후보도 “정 후보 측이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법적대응에 들어가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말에는 사남면에서 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불법유인물을 배포하던 60대 A씨가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정 후보 측은 “송 후보 캠프 인사의 소행”이라며, “명백한 불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천경찰서는 이날 연행된 A씨를 소환해 추가조사를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 후보 측은 “자발적 지지자일지는 모르겠지만, 캠프와 관계된 사람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네거티브전이 가열되면서 사천시장선거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정책선거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아냥도 잇따른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유세장 근처에서 만난 정 아무개(57, 사남면 월성리) 씨는 “선거에 뛰어든 후보가 너무 많아서 누가 어느 선거에 출마했는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며 “이런 데다 서로를 비방하는 소리까지 들리니, 선거에 더욱 무관심해진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아무개(75, 사천읍 평화리) 씨는 “서로를 헐뜯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볼썽사나운 꼴”이라면서 “노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투표할 것 같지만, 험담은 흘려 듣고 투표할 때는 꼼꼼하게 정책을 본다”며 네거티브전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일선에 서 있는 선거운동원조차도 네거티브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2일 오후 거리에서 선거전을 펼치고 있던 한 후보 측 선거운동원은 “선거가 네거티브전으로 흘러가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라면서도 “어느 쪽에서든 네거티브를 시작하면 상대 쪽은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네거티브가 펼쳐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박용백 사무국장은 “선거일이 가까워올수록 네거티브전이 가열되는 것은 사천시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난 선거와 타지역의 상황 등을 비교해 보면 사천시에서 나타나는 네거티브 양상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박 사무국장은 “정책선거의 성사 여부는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라며, “각 후보의 정책을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쌓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며 선관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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