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중언어말하기대회’ 참가한 다문화가정 아이들 “앞으로 엄마와 대화는 엄마의 나라말로”

“저는 저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서 정말 좋습니다. 다음에 저 혼자 힘으로 꼭 필리핀에 가보고 싶어요."

▲ 가슴에 필리핀 국기를 품은 최진영(남양초·6) 학생 뒤로 태극기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엄마의 고향 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의사가 되면 필리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단다.
최진영(남양초·6) 학생은 한국어로 엄마의 나라 필리핀과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 후 타갈로그말로 발표를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사천교육지원청 강미경 장학사가 “타갈로그어는 ‘ㅇ’ 받침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듣기에 더 부드럽고 매력적이네요”라고 하자 긴장이 풀린 탓인 지 진영 학생이 발그레 웃었다.

5월 13일 사천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펼쳐진 ‘제2회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는 필리핀 엄마를 둔 진영 학생을 비롯해 사천지역 5개 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들 8명이 참가했다. 사천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사천초등학교가 주관을 맡았다.

이날 대회는 올해 2회째 열린 것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잘 배우고 익혀 글로벌인재로 커 나갈 수 있게 돕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더불어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키우는데도 의미를 두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은 ‘엄마의 나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특히 일본인 엄마를 둔 학생들은 음식과 지리, 기후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이진주(사천초·4) 학생은 “우리 집에서는 매일 일본음식과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며 “돼지고기를 여러 채소와 함께 볶은 야끼소바, 한국 부침개보다 좀 더 두껍고 마요네즈와 소스를 함께 뿌려서 먹는 오꼬노미야끼는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진주 학생은 또 “엄마의 나라와 아빠의 나라가 사이가 좋아지길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경남도대회에 출전할 학생을 뽑는 선발전을 겸했는데 심사 결과 김유미(남양초·6) 학생이 최우수상을 받아, 도 대회에 나서게 됐다.

▲ 최우수상을 받고 사천시 대표로 경남도대회에 나설 김유미(남양초·6) 학생. 과목 중에 사회를 가장 좋아해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 내용을 채웠다.
유미 학생은 “대회 준비하면서 많이 떨렸지만 일본어가 생각보다 쉬워서 앞으로도 공부할 생각”이라며 “학교 다녀 올 때 하는 인사만 일본어로 했는데 이젠 엄마랑 일본어로 얘기 많이 해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유미 학생은 또 “일본어를 잘하게 되면 일본에 가서 외할머니와 함께 얘기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도교사로 나섰던 남양초등학교 다문화업무담당 성유화 교사는 “아이들이 집에서 모국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자유롭게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지도를 해 보니 집에서 모국어로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더라”면서 “엄마의 나라에 한 번도 안 가본 친구들도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성 씨는 또 “아이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한 덕분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 말을 한 마디라도 제대로 외워보고 입술로 말해 본 것”이라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과 경쟁력을 이런 대회를 통해 잘 발견해 주면 자신감을 갖고 꿈을 이루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수상은 ▲정서미(사천초·5)▲이건우(동성초·2)학생이, 장려상은 ▲정미선(용산초·3)▲강아름(수양초·3)▲김은미(사천초·6)▲김승모(사천초·4)▲이진주 (사천초·4)▲최진영(남양초·6) 학생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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