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중언어말하기대회’ 참가한 다문화가정 아이들 “앞으로 엄마와 대화는 엄마의 나라말로”
“저는 저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서 정말 좋습니다. 다음에 저 혼자 힘으로 꼭 필리핀에 가보고 싶어요."
사회를 맡은 사천교육지원청 강미경 장학사가 “타갈로그어는 ‘ㅇ’ 받침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듣기에 더 부드럽고 매력적이네요”라고 하자 긴장이 풀린 탓인 지 진영 학생이 발그레 웃었다.
5월 13일 사천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펼쳐진 ‘제2회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는 필리핀 엄마를 둔 진영 학생을 비롯해 사천지역 5개 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들 8명이 참가했다. 사천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사천초등학교가 주관을 맡았다.
이날 대회는 올해 2회째 열린 것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잘 배우고 익혀 글로벌인재로 커 나갈 수 있게 돕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더불어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키우는데도 의미를 두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은 ‘엄마의 나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특히 일본인 엄마를 둔 학생들은 음식과 지리, 기후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이진주(사천초·4) 학생은 “우리 집에서는 매일 일본음식과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며 “돼지고기를 여러 채소와 함께 볶은 야끼소바, 한국 부침개보다 좀 더 두껍고 마요네즈와 소스를 함께 뿌려서 먹는 오꼬노미야끼는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진주 학생은 또 “엄마의 나라와 아빠의 나라가 사이가 좋아지길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경남도대회에 출전할 학생을 뽑는 선발전을 겸했는데 심사 결과 김유미(남양초·6) 학생이 최우수상을 받아, 도 대회에 나서게 됐다.
유미 학생은 “대회 준비하면서 많이 떨렸지만 일본어가 생각보다 쉬워서 앞으로도 공부할 생각”이라며 “학교 다녀 올 때 하는 인사만 일본어로 했는데 이젠 엄마랑 일본어로 얘기 많이 해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유미 학생은 또 “일본어를 잘하게 되면 일본에 가서 외할머니와 함께 얘기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도교사로 나섰던 남양초등학교 다문화업무담당 성유화 교사는 “아이들이 집에서 모국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자유롭게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지도를 해 보니 집에서 모국어로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더라”면서 “엄마의 나라에 한 번도 안 가본 친구들도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성 씨는 또 “아이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한 덕분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 말을 한 마디라도 제대로 외워보고 입술로 말해 본 것”이라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과 경쟁력을 이런 대회를 통해 잘 발견해 주면 자신감을 갖고 꿈을 이루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수상은 ▲정서미(사천초·5)▲이건우(동성초·2)학생이, 장려상은 ▲정미선(용산초·3)▲강아름(수양초·3)▲김은미(사천초·6)▲김승모(사천초·4)▲이진주 (사천초·4)▲최진영(남양초·6) 학생이 수상했다.
심애향 기자
shimm@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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