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1888

▲ Sonnenblumen, Vincent van Gogh 1888.
17세기경 에도시대의 일본 하류층에서 발흥한 ‘우끼요에’를 한자로 표기하면 ‘浮世繪’라고 쓰는데 한자의 뜻으로 볼 때 약간은 염세적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浮世’란 뜬 구름 같은 세상이라는 뜻이니 귀족들(일본의 귀족들)의 삶과는 달리 곤고했던 그들의 삶을 달래주는 그림이 바로 ‘우끼요에’였던 것이다. ‘우끼요에’는 대부분 세밀 목판화로서 일본의 민초들이 그들의 삶과 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처음부터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우끼요에’의 주제는 당연히 하층민들에게 인기 있는 영웅이야기나 가부키의 소재로 쓰였던 잡다한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거듭될수록 단순했던 ‘우끼요에’의 세계는 예술성을 가지는 것으로 발전했는데 그 대표적 작가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였는데 그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는 이러한 ‘우끼요에’의 백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우끼요에’의 일부가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고 일부 호사가들에게 수집되면서 이러한 '우끼요에'는 당시 유럽 화단의 화가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우끼요에’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상파의 태동이라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시의 화가들에게 동양적 영감을 주는 그림임에는 틀림없었던 모양이다. 그 영향을 받은 화가로서는 마네와 모네를 시작으로 쇠라, 드가, 로트렉, 고흐, 고갱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작가들이 있다.

그 중 고흐는 ‘우끼요에’의 형식을 그의 것으로 변용하여 나타낸 대표적 화가로서 이 그림 역시 ‘우끼요에’의 형식을 느낄 수 있다. 해바라기 여러 송이가 화병에 꽂혀져 있는 정물을 고흐 특유의 임페스토 기법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당시 유럽 정물화의 일반적 모습과는 매우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당시의 정물화는 꽃이 그려지더라도 대부분 한 송이 혹은 꽃과 다른 것이 혼재되어 있고 그 중 꽃이 도드라지는 구조이거나 과일들과 그릇, 혹은 화병들과 잔들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고흐의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만을 화병에 가득 담아 놓고 있으며 각 해바라기의 상태를 통해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끼요에’에서 차용해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둥이가 매우 넓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저런 종류의 화병은 거의 동양산, 그것도 일본산일 공산이 매우 크다.

정신적으로 가끔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그가 죽기 이 년 전) 그려진 이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라는 꽃이 가지는 노란색이 그림 전체를 지배한다.

배경을 연한 하늘색으로 한 것도 해바라기를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신분열의 고흐에게는 노란색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같은 해 그려진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에도 노란색이 지배적인 것은 그의 정신 상태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해바라기가 화병에서 취하고 있는 형태 또한 ‘우끼요에’의 그림자라고 볼 수 있는데 크고 작은 꽃송이를 앞뒤로 배치하고 높낮이를 다르게 하는 것은 현재의 일본 꽃꽂이에서도 자주 보는 양식이다.

동시에 꽃꽂이가 가질 수밖에 없는 수직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해바라기 한 송이를 수평 방향으로 늘어뜨려 놓고 있는데 이 또한 일본풍이 강하게 느껴지는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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