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족’들 울려온 연극 사천 온다… 16일 저녁 사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서 펼쳐져

▲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올린 ‘엄마의 소풍’은 무너져 버린 효를 되새기는 기획취지 아래 제작됐다. 지금 우리 눈앞에 무너져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 같다. (포스터=사천시문화예술회관 제공)
“남의 집 자식들처럼 좋은 것으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으면서 늙어서는 똥이나 싸고 헛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엄마를 버리고 싶다”

16일(금) 저녁 7시 30분 사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상연될 연극 ‘엄마의 소풍’에서 아들 봉철수가 중얼거리는 말이다. 봉철수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변변치 못한 마흔 한 살의 아들이다.

그는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 사업을 벌였다가 폭삭 망하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함께 살던 엄마를 버리기로 작정한다. 필리핀으로 밀항할 계획을 세운 그에게 치매에 걸려 배변도 못 가리고 헛소리만 하는 엄마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를 요양원에 버리기를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엄마의 고향으로 소풍을 떠난다. 엄마에겐 소풍이었으나 아들에게는 두 번째 ‘고려장’ 시도. 그곳에서 계획대로 엄마를 버리고 밀항을 떠나지만 어떤 연유로 엄마가 그 동안 치매에 걸렸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치매에 걸린 것처럼 행동 했던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엄마의 곁으로 돌아오고 함께 풀빵장사를 시작하며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간다.

현대판 ‘고려장’을 맛깔스럽고 감동 있게 녹여낸 이 연극은 다행히도 ‘해피엔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우리에게 예리한 교훈을 줄 것이다. 특별히 요즘 세대가 부모의 사랑에 보답하는 일을 경직된 ‘의무’로 여기는 풍조를 꼬집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5월, ‘가정의 달’이다. 가족과 주위에 고마운 사람들의 사랑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시절.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그 누구라도 여느 해처럼 들뜨고 설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도 앞바다에 사랑하는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를 묻은 가족들이 먼저 떠올라 명치 아래부터 뜨거워 질 테니 말이다.

지역 내 대부분의 축제, 행사들이 취소된 가운데 ‘엄마의 소풍’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 상연된다. 엄마를 버리겠다고 결심한 남자 주인공을 보며 속옷차림으로 부랴부랴 배를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떠올려 ‘책임감’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비약적인 권유가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합리적인 규율과 법으로도 도려낼 수 없는 ‘도리’가 있음을, 엄마의 사랑과 더불어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이날 연극은 탤런트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형자가 출연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8세 이상 입장 가능하고 예매는 2일부터 시작된다. 입장료는 일반 7000원, 문화가족이거나 단체(10명 이상)인 경우 5000원 이다. 예매나 기타 문의는 전화 831-2460이나 사천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http://art.sacheon.go.kr)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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