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와 시의원 출마자의 닮은꼴 공약 ‘100원 택시’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100원 택시 공약이 눈길을 끈다. 뉴스사천 자료사진.
“선거란 결국 머릿수 싸움”이란 말이 있다. 과정이야 어떻든지, 투표 끝에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자로 남는 선거의 속성에서 나온 말일 게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후보들도 머릿수가 많은, 즉 도심지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공약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산간벽지에 사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나온 공약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것도 지방선거 중 가장 큰 선거라 할 경남도지사선거 예비후보와 가장 작은 단위 선거라 할 사천시의원선거 예비후보가 일찌감치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이름 하여 ‘100원 택시’다.

경남도지사선거에 출마하는 박완수 예비후보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행복 100원 택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예비후보가 약속한 ‘100원 택시’는 운송수요가 집중되는 장날 등을 고려해 월 5회 가량 면 소재지까지는 기본요금 100원, 군청 소재지까지는 버스요금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요 응답형 택시’ 모델이다. 이 과정에 택시요금 중 부족한 부분은 경남도와 시군이 매칭사업으로 부담한단다.

사천시의원선거 나선거구에 도전장을 던진 김봉균 예비후보는 이보다 앞선 3월 초순에 비슷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선거구민에게 돌린 예비후보자 공보물에서 ‘고령자를 위해 100원으로 타는 택시공영제’를 제안했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의 주민들 중 고령자들은 100원만 내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박 예비후보의 소속은 새누리당. 그리고 김 예비후보의 경우 지금은 무소속이나 최근까지 정의당 소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정책 연대를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이들이 같은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은 충남 아산시가 ‘아산시 대중교통 오지지역
주민 교통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100원 택시’ 개념과 비슷한 ‘마중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인근 서천군도 2013년 6월부터 승객들의 운송수요를 사전에 파악해 주민들이 필요한 시간에 택시를 운행하는 ‘수요 응답형 택시’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정부가 2월 21일 확정 발표한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과도 관계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확정한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거나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교통취약지역 주민을 위한 것으로, 올해는 전국에서 10개 시·군을 선정해 총 1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천에도 아직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이 있고, 이들 주민들이 읍·면 소재지를 다녀오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00원 택시’는 농어촌지역 교통복지 차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만 운행거리나 이용 횟수 등에 있어 적정선을 찾아야 하고, ‘100원 택시’를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워야 하는 과제도 예상된다. 이 정책 도입에 다른 선거 후보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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