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초등학교 전교봉사위원회 선거 현장에서 만난 ‘주권재민’의 축소판

▲ 5학년 부회장 후보로 출마한 유현준 학생과 지지하는 친구들. 오후에 있었던 투표 결과 23.61%의 득표율로 부회장에 당선됐다.
동성초등학교 전교봉사위원회 선거 현장에서 만난 ‘주권재민’의 축소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2항에 나오는 주권은 선거, 투표를 통해 행사된다. 
누가 우리의 대표자가 되어야 하는가. 이 물음은 6·4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어른들' 뿐 아니라 전교봉사위원회 임원을 선출하는 초등학생에게도 주어졌다. 다만 이 아이들은 선거를 '축제' 처럼 즐기고 있었다는 것. 국민이 권력을 즐기는 나라, 이들에게 기대 해 볼 수 있을까. 

지난 7일 오전, 2교시가 끝난 후 쉬는 시간. 동성초등학교 4층 복도에는 대여섯 명씩 무리지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각 반을 돌고 있었다. 3월 새 학기와 함께 시작되는 소위 ‘전교어린이회장·부회장 선거’ 유세 현장이 펼쳐진 것이다.

지금은 ‘전교어린이회장’이란 명칭 대신 ‘전교봉사위원회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만큼 선거 유세 피켓에는 너도나도 학교를 위해 일하겠다는 열성이 가득하다.

‘동성의 인력거가 되겠습니다’, ‘책임감 강하고 일 아주 잘함’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헛되이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기호 1번 밀어주세요’, ‘회장 해볼게요, 느낌 아니까’... 어쩐지 지방선거 공보물보다 더 자유롭고 기발해 보인다. 게다가 선거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나 유세 현장에서 듣는 아이들, 지켜보는 아이들까지 즐거운 표정들이라 마치 이 학교에 축제가 열리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 학년이니까 좋은 기분으로 학교에 봉사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6학년 전교봉사위원회장 후보인 김효은 학생이 ‘출마의 변’을 간단히 밝혔다. 함께 선거 운동에 나선 나은솔 학생에게 김효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효은이는 다른 애들이 본받을 만한 행동을 많이 하고 모범적이에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 전교봉사위원회 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김효은 학생과 그 친구들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 전교봉사위원회 회장 후보로 나선 6학년 박희은 학생과 지지하는 친구들. 선거피켓 내용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박희은 학생 역시 회장 후보에 출마했다.

“언니와 오빠가 지난해와 그 전 해까지 회장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해 보고 싶어서요. 학생 대표가 되면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느냐는 물음에는 “책임감” 이라며 한 마디로 답했다. 옆에 피켓을 들고 선 친구들은 “희은이가 책임감이 강하다”며 입을 모은다.

5학년 교실 복도를 지나치다 전교봉사위원 5학년 부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유현준 학생을 만났다. 현준 학생을 위한 선거용 피켓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이 적혀 있다. 학교폭력을 없애고 서로 사랑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다짐들이다.

“초등학교에도 학교 폭력이 좀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약을 적게 됐어요. 피해 친구가 있으면 제가 먼저 도와 줄 거예요.”

▲ 급식소로 가는 복도 벽에 붙은 선거벽보들. 전교봉사위원회 5학년 부회장 선거에는 무려 10명의 후보자들이 나와 각축전을 벌였다.
20여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소견 발표를 한 시간 앞둔 후보들은 또 각자 교실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저마다 선거 유세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주던 박두립 교장은 “아이들은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성숙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잘 배워서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선거를 통해서 민주주의 정신을 체험하는 거죠. 어떤 사람을 지지 하든 안하든 서로 비방하지 않고 돕는 것을 배워야하고요” 라고 전했다.

동성초등학교 2014학년도 1학기 전교봉사위원회 회장·부회장 선거는 이날 오후 전자투표를 통해 이뤄졌고 각 후보자 반에서 2명씩 선정해 꾸려진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이 개표참관인으로 참여했다.

4학년부터 유권자로 동참할 수 있다. 회장, 6학년 부회장, 5학년 부회장으로 선출된 3명의 임원들은 한 달에 한번 씩 전교봉사위원회 회의를 통해 각 학급회의에서 모인 안건들을 논의하고 학교 측에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매주 화요일 방송조회도 주관한다.

이번 선거 총괄을 맡아 진행했던 장은정 교사가 “실제 어른들이 치르는 선거의 축소판이에요”라고 밝힌 것처럼 이미 아이들은 그 ‘치열함’을 알고 있었다. ‘누가 우리의 대표자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한편으론 감투에 대한 막연한 열망마저 닮아있는 듯 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이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망울이 아니겠는가. 선거 운동을 돕던 한 학생에게 ‘선거를 해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물었다.

“우리 학교를 위해 열심히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직접 뽑는다는 의미니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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