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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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노릇입니다”
  • 김봉균 사천시농민회 사무국장
  • 승인 2014.02.19 16: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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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균 사천시농민회 사무국장

빈약한 자원, 적은 인구, 좁고 척박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오롯이 ‘사람’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그 열정은 다름 아닌 “흰 쌀밥을 배부르게 먹어 보자”는 소박한 소망에서 비롯됐다. 이런 점에서 ‘밥심으로 이뤄낸 국력’이란 말도 영 틀린 건 아니다. 예로부터 쌀농사의 소중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식생활이 서구화 되고, 쌀 소비량이 줄었다 해도 이렇듯 ‘쌀’은 여전히 우리에게 각별하고 귀중한 곡식이다.

지난 1일에는 그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쌀 목표가격’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물론 결과는 몹시 서운한 수준이다. 지난 몇 년에 걸쳐 농민단체들은 쌀 80kg당 23만 원의 가격책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산부터 2017년산까지 가격을 18만8000원으로 고정하고, 이를 5년 단위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200억 원이 되레 줄었다.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나락값 문제’에 있어서 경남은 전국이 눈여겨 보는 선진지다. 2011년 전국 최초로 경남도 단위에서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주민발의를 모아 성사시킨 것이었다.

이는 3년이 지난 현재 농가소득 보존의 훌륭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매년 200억 원의 경남도 예산으로 9만3000농가, 6만590ha를 대상으로 ha당 30만3450원을 보장받고 있다. 농가의 근심을 완전히 덜기에는 부족하나 지속적인 소득안정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조례를 제정할 당시 우리 사천지역 농민들이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사천에서는 읍·면마다 농민총회를 열고 의견과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이런 뜻이 모여 ‘나락값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대책위는 사천지역을 돌며 1836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는 경남 20개 시·군 중 5번째로 많은 서명인원이었으며, 조례 제정에 큰 힘으로 보태졌다. 참고로 당시 조례제정 청구서에는 유효조건 경남유권자 1%(2만4555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4만6209명이 서명했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이후 시·군을 중심으로 추가 조례 제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지역은 경기도 안성시이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통해 총 8억 원 규모로 6643농가, 6548ha를 대상으로 농가당 50만 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액수를 떠나서 지속적으로 농민을 지원할 수 있는 시 단위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쌀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농사물의 가격 지지를 위한 안전장치도 속속 만들어지는 추세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예년에 비해 기온이 따뜻했던 탓에 채소의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산지에서 채소가 폐기되는 등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 전남도 농민들은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지원조례’를 주민발의하기 위해 청구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최저가격 보장조례는 주요 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 결정에 농민이 직접 참여하고, 최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도가 그 차액을 면적에 비례해서 보전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례가 제정 되면 농산물의 가격안정과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남의 농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농민들이 나서면 일사천리로 ‘제도’가 뚝딱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어쩐 일인지 정치권에만 맡겨 놓으면 감감 무소식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수매가 상한제 등 농산물 가격안정, 농민소득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기초식량보장법안’은 2012년 11월, 18대 국회에서 상정됐지만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농민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보자면, 참으로 분통이 터지는 대목이다.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면 기다리기라도 할 텐데, 해당 제도를 만지는 사람들이 관심과 의지를 보이지 않는 탓이니 기다리는 목이 자꾸 길어지기만 할뿐이다.

이러다 진짜 목이 빠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농민들의 ‘삶과 죽음’이 걸린 법과 제도를 다루는 분들의 뜨거움과 부지런함이 내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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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2014-02-21 20:53:07
네~~
사무국장님 이시네요 ..
본보기가 되어야 할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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