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전규태 항공부품수출지원단장

▲ 전규태 경남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항공부품수출지원단장

“2020년 생산 200억 달러,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통한 ‘항공산업 글로벌7(G7) 도약”

이는 다름 아닌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에 따른 미래 청사진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생산액의 73%를 담당하는 경남, 그리고 경남의 10대 항공기업 중 6개를 유치하고 있는 사천시로서는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이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에 마냥 기뻐하는 눈치는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고, 무엇보다 정부의 실천의지가 그리 강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저 청사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항공 중소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해외 수출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해외 수출길 확보, 그나마 돕는이가 있어 다행이다. (재)경남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산하 항공부품수출지원단의 전규태 단장, 이번 주 <하병주가 만난 사람>의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항공우주센터에서 그를 만나 항공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전 단장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산중/고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우그룹에 입사했다. 1976년 당시 대우그룹은 대우중공업 창원공장을 만들어 방위산업과 공작기계산업을 막 시작했을 때다. 그리고 1984년, 대우중공업 산하에 항공사업본부가 만들어졌는데, 전 단장이 항공업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창원공단에 있던 항공사업본부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활주로가 없다는 점이었다. 활주로가 없으니 비행기를 조립하더라도 띄울 수가 없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 사천으로 오게 됐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땐 IMF구제금융 사태가 전국을 휘감고 있던 상황. 정부는 항공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4대 항공 관련 기업의 합병을 제안했고, 이에 대한항공을 뺀 나머지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중공업이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999년 지금의 KAI, 즉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태어나게 된다.

이를 지켜본 전규태 단장의 생각은 어떠할까?

“안 좋은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항공산업은 아무래도 규모의 산업인데, 한 기업의 ‘사업본부’ 정도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하나의 큰 기업으로 모양을 갖춘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전규태 단장의 항공인생 하이라이트는 KT-1(=기본훈련기) 개발에 있다. 그는 대우중공업 시절부터 KAI에 이르기까지 KT-1 개발책임자로서 ‘국내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최초 군용항공기’의 산파 역할을 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건 ‘체계종합’ 기술을 갖췄다는 말입니다. 사실, 비행기 부속 하나 하나까지 모두 자체 생산해서 비행기를 만든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선진국에서도 그런 경우는 드물죠. 이미 시스템화 되어 생산되고 있는 부속품들을 어떻게 짜 맞출 것인지 설계하는 일, 특히 하늘을 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비행기 외형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는 국내 생산 비행기를 처음으로 외국에 수출했던 2001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KT-1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확정돼 언론에서 대서특필 하는 등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죠.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미국 국무성에서 연락이 왔는데,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수출제한국가이므로 KT-1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요지였어요. 답답한 노릇이었죠. 저는 개발책임자로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 국무성과 국방성 등을 찾아다녔고, 관계자들을 일일이 설득했습니다. 그 과정에 9.11테러까지 발생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인도네시아 수출을 성사시켰습니다. 그 때가 2001년이었는데, 제겐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그는 KT-1 인도네시아 수출을 성사시킨 지 몇 해만인 2004년말 KAI를 떠난다. 그러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듬해 작은 회사를 차렸다. 일종의 항공 관련 컨설팅과 에이전트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였다. 그러던 중 경남도가 경남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산하에 항공부품수출지원단을 설치하면서 지원단 단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전 단장은 앞으로 2~3년이 항공 중소기업들로선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라고 귀띔했다.

“요즘 항공기 시장에 두 가지 눈여겨 볼 점이 있어요. 하나는 보잉737과 A320처럼 150인승 안팎의 단일통로기종이 각각 월 50대 정도 판매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차 협력업체에 15%정도 낮은 가격의 납품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차 협력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그 동안 자체 생산하던 것을 2차 협력사에 나눠주려 하는 등 항공기 생산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이죠. 우리 중소기업들로선 앞으로 2~3년이 수출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고, 일단 진입하면 최소 10년 치 먹거리는 확보하는 만큼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전 단장은 지난 11월 10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미국의 트라이엄프사, 록히드마틴사, 캐나다의 봄바르디어사를 돌며 해외시장개척에 나섰다. 전 단장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2차 협력사로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음에 호평받았다”며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야기 주제를 조금 바꿨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내 항공산업의 활성화다. 여기에는 정부의 투자의지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KFX사업(한국형 차세대전투기 개발사업)이라든지 중형민간항공기 제작, KAI 정부지분매각, 항공국가산단 지정 등이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이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선 적어도 내년부터는 KFX사업이 시작돼야 합니다. 사업승인이 될 거라 믿고요. 수리온(한국형기동헬기)도 공격형과 민수형 두 가지가 추가 개발될 것으로 압니다. 이와 함께 항공산업 떡을 키우려면 군수용뿐 아니라 민수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데, 70~100인승 규모의 중형항공기 개발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만큼 정부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미국 록히드마틴사 내 활주로나 각종 시설물 등에 정부재산임을 알리는 표식이 있는 걸 보면 미국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돈지 알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항공사업을 개인 기업에만 맡겨둔다면 어느 누구도 투자하기 쉽지 않아요.”

전 단장은 <뉴스사천> 주최로 지난 11월 8일 가진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관련 좌담회에서 “비즈니스 성격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랑스 BCI Aerospace(줄여 BCI) 등과 협력해 개최하는 ‘에어로마트 코리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었는데, 당시 조심스럽게 꺼냈던 것이 최근 현실화 되고 있다. 이 과정에도 전 단장이 깊숙이 간여했음이다.

“지난 5월에 BCI 관계자를 만나 교감을 나눴는데, 최근 확정지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첫 시도인 만큼 작은 규모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행사목적은 시장을 여는 건데, 여기엔 크게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옵니다. 첫째는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 둘째는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 셋째는 그 지역에 투자의사가 있는 사람이죠. BCI는 이런 사람들을 오게 하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따라서 우리에겐 좋은 기횝니다. 항공우주엑스포와도 긴밀히 연계할 필요가 있는데, 서울에어쇼가 ‘전시+에어쇼’라면 우리는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어쇼’가 되겠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전 단장은 항공산업에 관해선 막힘이 없는 모습이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일에 대한 열정 또한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지나온 그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수출단장을 맡은 지난 2년간 모두 5개의 업체가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수출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따지는 터라 신규 수출기업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쾌거다. 그래서 앞으로 2년 동안에도 5개의 신규 수출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전 단장은 끝으로 항공 중소기업들을 향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리 중소기업들, 물건 만드는 기술은 끝내줍니다. 외국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든 물건을 제대로 파는 능력은 많이 부족해 보여요. 결국 사업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스스로를 잘 소개하는 능력, 이를 위해 우수 인재를 뽑든 교육을 시키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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