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움직임 심상찮다” 판단.. 다음 주 상경집회 계획

7일 KAI 원형 경기장에서 열린 노조 비상투쟁위원회 출범식 장면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 노조가 대한항공의 KAI 지분 인수 움직임에 반발해 비상투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7일 오후3시부터 진행된 출범식은 20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등 대한항공의 KAI 지분 인수 반대 열기가 높았다.

이 자리에서 박한배 노조위원장은 “최근에 진행되는 상황이 위중하다”면서 “경영진도 믿을 수 없으니 오직 노조의 깃발 아래 똘똘 뭉쳐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을 가리켜 “불법을 밥 먹듯 저질렀다”라고 거칠게 몰아 부치면서 KAI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또 “최근 산업은행에 알아본 결과 수의계약으로 KAI지분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들었지만 대한항공의 로비력을 볼 때 믿을 수 없다”면서 조합원의 단결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이 이렇듯 노조 단결을 촉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계속되는 그의 연설에서 그는 “일부 세력들이 대한항공 직원의 급여가 1000만원 더 많다느니 하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내부의 적’을 강하게 경계했다.

나아가 대한항공의 KAI 인수설이 처음 불거진 2003년 상황을 떠올리며 “그 때 선배들의 열정을 본받아 지역과 연대해 대한항공의 야욕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회사 차원의 ‘전사적(全社的)’ 공동대응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조대표들도 다수 참석했다. 특히 금속노련 김만재 수석부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기업합병은 결국 합병된 기업의 간부나 직원을 서서히 잘라내는 것으로 귀결된다”면서 KAI노조가 현실을 직시할 것을 당부했다.

또 “노동자들이 오랜 임금동결을 감내하며 살려낸 기업을 대한항공이 하루아침에 꿀꺽 하는 것을 금속노련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힘을 보탤 뜻을 밝혔다.

이날 KAI노조의 비상투쟁위원회 출범은 최근 대한항공이 제조부분인 항공우주산업을 5년 안에 연 매출 1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 대한항공이 KAI 인수를 노골화 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비상투쟁위원회를 출범한 KAI노조는 다음 주 상경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KAI 지분 30.54%를 소유한 산업은행이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대한항공이 KAI 지분을 인수함에 있어 중요 고비가 4월이라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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