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코테크의 그림들6

▲ 발더 뮐러(Ferdinand Georg Waldmuller 1793~1865)의 DieErwartete

덤불 속에 소년이 웅크리고 있다. 모자에 꽃을 달고 손에도 꽃을 들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송이는 바닥에도 있다. 다가오는 여자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 금발이 섞인 갈색 머리카락이 보이는 소년의 머리에는 후트쾨니히 스타일 모자가 씌워져 있다. 어쩌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목에 걸려 있는 붉은 색 타이로 보아 소년은 밝고 명랑한 성격이며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태도로 보아 장난기는 많지만 사랑스러운 성품의 소유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림을 그린 발더 뮐러(Ferdinand Georg Waldmüller 1793~1865)는 오스트리아의 화가로서 빈에서 출생했고 그곳에서 죽었다. 「가난한 시인」을 그린 Spitzweg와 같은 비더마이어 시기의 대표자 중 한사람으로 정물화, 풍속화, 초상화, 풍경화의 여러 분야에서 시민 생활의 기쁨을 표현 하였다.

젊은 시절 한 때, 크로아티아에서 미술 교사 생활을 했는데 아름다운 크로아티아 자연환경에 매료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가 그의 자연에 대한 표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에서도 뒷부분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구릉과 노랗게 익어가는 밀밭, 녹색의 나무와 덤불, 울퉁불퉁한 시골 언덕길은 빌더 뮐러의 자연에 대한 오마주로 이해 할 수 있다.

밀밭에 노랗게 밀이 익어가는 5월의 어는 날, 다가오는 여자를 위해 웅크리고 있는 소년의 마음은 꽃보다 더 화사하고 설렐 것이다. 어머니인지 아니면 연인인지 모를 여자가 스카프를 쓰고 다가오고 있다.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있는 여자.

바람이 살랑 불어 여자의 치맛단을 춤추게 하지만 거센 바람은 분명 아니다. 가슴 중앙에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중요한 책을 들고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거나 또는 귀한 것처럼 느껴진다. 얼굴에 띈 홍조 때문에 소년의 연인 쪽에 무게를 두고 싶지만 여자가 누구든 아무래도 좋다. 이 그림의 핵심은 여자가 아니라 저 웅크린 소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Die Erwartete 이다. 영어로 풀이하면 The Expected one 쯤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즉,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데 좀 더 정확하게 풀이하자면 소년의 입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림 제목에 쓰인 Erwartete의 원형은 Erwarten으로서 타동사이다. 즉, 누구를 ‘기다리다’라는 뜻이고 활용형은 Ich Erwartete가 된다. 즉 일인칭인 나의 입장으로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누가 보아도 기다리는 상황임을 알 수 있는데 화가는 소년의 느낌과 생각까지도 그림에 표현하였다는 것을 제목을 통해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림의 제목은 명사형, Erwartung(기다림)이 되지 않았을까?

소년이 일어나 다가오는 여자를 놀라게 한 뒤, 그 여자에게 꽃을 받칠 때, 살짝 놀란 여자의 얼굴에서 번져오는 환하고 예쁜 웃음을, 우리는 이 그림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언제나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하지만 소년의 손에 들려 있는 저 예쁜 꽃 한 송이처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그 무언가가 이즈음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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