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봉사동아리 ‘다소니’의 울림 있는 고백

지난 1일(일) 저녁,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의 한국어교실에서 ‘다소니’ 회원들을 만났다.
특별활동으로 추상화 그리기가 한창인 각 책상에는 인도네시아,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민노동자들이 대 여섯 명씩 그룹을 지어 모였고 사이사이에 앳된 여고생들이 앉아 있었다. 갖가지 색들이 조화롭게 채워진 도화지처럼, 그들이 함께 한 모습은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 같았다.

▲ 강다은(삼천포여고·2) 학생은 처음 ‘다소니’를 만들어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주민노동자가 옆에 앉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리를 옮기는 자신을 보며 다문화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로 결심했다고.

“다소니는 순우리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회장인 강다은(삼천포여고·2) 학생은 지난해 9월 여덟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봉사동아리를 만들었다.

“이주노동자들 돕겠다고 말하는 우리부터가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편견을 없애는 데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동아리 이름을 ‘다소니’로 지었어요.”

#주말 반납한 봉사활동

‘다소니’ 회원들은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 있는 한국어교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보조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를 만들면서 시작해 1년 넘게 해 오고 있다.

노나연(삼천포여고·2) 학생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어가 꼭 필요하지만 다들 어려워하기 때문에 최대한 재미있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보조교사로서의 목표란다.

“한국어교실은 초·중·고급반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되는데 우리는 선생님이 수업 하시는 동안 이주민노동자들 옆에 앉아서 이해 못하신 부분을 설명해드려요. 그림을 그려서 설명해 주면 쉽게 소통이 되요.
대부분 제2외국어가 영어인 나라에서 오셨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도 설명하구요.”

‘다소니’ 회원들은 관내 또 다른 다문화지원기관인 사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도 연계 해 올해 1월부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멘토링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각자 맡고 있는 아이의 집을 방문한다.

아이들이 대부분 유람선 선착장이나 삼천포시내와 많이 떨어진 곳에 살아서 동네에 또래가 없고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줄 수 도 없는 환경이라 회원들은 멘토링을 할 때마다 최대한 ‘놀이교육’을 해 주고 있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거나 종이접기, 만들기 등을 하며 같이 놀아준다.

지금은 아이들이 사탕을 주면서 다음 주에도 꼭 오라고 당부를 한단다. 어린아이가 달콤한 사탕과 맞바꿔도 좋을 정도라니, 대단한 결실이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힐링’

다은 학생은 이 봉사의 시작에 분명 대학을 잘 가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의무감 대신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감동을 느끼며 ‘힐링’을 받고 있단다.

“학교에서 이주노동자들 나쁘게 보거나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 ‘그렇지 않다.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얘기 해 줄 수 있는 것이 좋아요. 입시고민 해야 되고 꿈 고민해야 되고 성적 고민해야 되는데 봉사활동이 할 때는 너무 즐거워서 다 잊어버리거든요.”

이만하면 입학사정관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시험 점수만 보지 않고 다양한 활동상을 보겠다는 그 제도 덕분에 학생들의 시선과 발걸음이 입시학원이 아닌 사회를 향하고 그 틈새에 놓인 삶을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되요”

정근주(삼천포여고·2) 학생은 중국교포를 엄마로 둔 친구가 있다고 했다.

“저는 그 친구 엄마가 중국교포인지 전혀 몰랐어요. 엄마의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와 차이 나는 건 없어요. 방학 때 마다 그 친구가 중국에 가는 것이 부러울 뿐이에요.”

‘다소니’ 회원들의 일상과 마음에 ‘다문화’는 이미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듯 했다.

“서로간의 교류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가 낯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주 만나고 이야기 하면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걸 느끼거든요. 이렇게 수업을 같이 한다던가, 같이 할 수 있는 행사가 많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되는 것 같아요.”

다문화사람들과 우리가 ‘같이’ 잘 사는 길을 물었더니 다은 학생이 돌려준 대답이었다.
혜안을 줄 수 있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경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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