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코테크의 그림들 ⑤

네 남자와 한명의 이상한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옷차림은 가운데 남자를 제외하고는 비슷하다. 네 명의 남자는 수사 복장을 하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양이지만 가운데 남자는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너무 지쳐버렸는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상의는 거의 벗어버렸고 하의도 겨우 걸친 정도다.

가운데 남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엄숙하고 조용하게 뭔가를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표정으로 보자면 그 기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분명 아니다. 네 명 모두 깍지 낀 손이 다르면서 엉성하다. 기도하는 네 명의 엄숙함과 한 명의 늘어진 표정 너머로 왠지 모를 회한과 약간의 슬픔, 그리고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가 진하게 베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운데 남자는 쇄골이 드러날 만큼 말라있고 눈은 퀭하며 머리카락은 이곳저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아팠거나 현재도 몸이 성치 않다. 네 명의 수사가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인지 아파보이는 그가 기도하는 네 명의 수사 사이에 우연히 앉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림을 보는 우리에겐 매우 생소한 상황이 분명하다.

평행으로 배치된 인물들이라 누구나 인물들의 상호 비교가 쉽다. 작가 스스로 ‘평행이론(Parallelism)’이라고 명명한 이 양식은 질서와 조화를 드러내기 위해 개별 요소들을 균형 있게 반복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 명의 남자를 나란히 의자에 앉혀 놓았지만 그 다섯 명은 각기 다른 독특한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페르디난트 호들러 (Ferdinand Hodler, 1853~1918) 는 스위스의 화가이다. 베른 출생인 그는 일찍 고아가 되었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 모두에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깊은 인상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그림도 예외가 아니어서 의자를 중심으로 화면은 상하로 이등분되고 그 위에 사람을 그려 넣어 삶과 죽음이 교차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앉아있는 다섯 사람의 삶이 가을이라는 듯 배경으로 보이는 나무는 잎들이 거의 떨어져 있고 낙엽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우측과 좌측 끝 사람의 흰 머리카락 수염, 붉은 얼굴 빛 그리고 그 옆 두 사람의 비교적 검은머리와 수염, 갈색의 얼굴빛이 비슷하다. 하지만 가운데 사람은 수염도 없고 머리카락조차도 거의 없다. 동시에 두 부류의 얼굴빛을 섞어 놓은 듯한 애매한 얼굴빛이다. 이러한 표현 기법, 즉 이질적 것을 중심으로 한 대칭적 배열은 위에서 언급한 평행이론의 중요한 속성이다. 이는 작가가 삶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상징 주의적 태도를 그림에 반영시킨 결과이다.

다섯 명 모두 깊은 그들의 주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살아온 지난날들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표정과 눈빛, 주름이라는 사실적 표현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나타내려 했던 이러한 상징적인 표현기법은 그 뒤 <비명>의 작가 노르웨이의 뭉크(Edvard Munch)와 오스트리아의 클림트(Gustav Klimt)의 상징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결국 이러한 상징성은 다가 올 초현실주의의 추상성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게 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