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 특별좌담회

<뉴스사천>은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10년, 그리고 길을 묻다’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아래와 같이 가졌다. 지난 아홉 번의 엑스포를 돌아보면서 10년째를 어떻게 맞을 것인지, 또 그 이후 발전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엑스포의 주요 축을 맡고 있는 제3훈련비행단에서는 관계자 참석 대신 서면 질의에 답하기로 해 소통 중이다. -편집자 주-

 

▲ 11월 8일 <뉴스사천> 회의실에서 가진 특별좌담회 모습.

■ 일 시 :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오전 10:00~11:40
■ 장 소 : <뉴스사천> 회의실
■ 사회자 : 하병주 <뉴스사천> 편집국장
■ 참석자
- 김형래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운영본부장
- 정용구 사천시 지역경제과장
- 전규태 경남테크노파크 항공부품 수출지원단장
- 구관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회공헌팀 부장

제9회 항공우주엑스포의 총평은?

▲ 하병주 <뉴스사천> 편집국장

사회자 : 제9회 항공우주엑스포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내년이면 제10회째를 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이 있는 만큼 엑스포 주최 측으로선 변화의 갈망이 부담스럽겠다. 이번 행사에서도 ‘주 행사장’을 비롯한 ‘장소’의 고민이 풀리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빤한 예산에 볼거리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이번 엑스포의 총평부터 듣고 싶다.

김형래 : 해양에어쇼에서 확인한 가능성이 인상적이었다. 투자를 늘리고 안전대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올해 행사는 블랙이글 에어쇼를 제외하고 대체로 밋밋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군의 사정, 예산 관계 등이 이유였는데, 지적을 달게 받겠다. 다만 엑스포의 정체성을 두고 여전히 말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축제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 산업엑스포 전환을 꾀했으나 아직은 역부족인 면이 있다.

정용구 : 7월 15일 지역경제과장을 맡았다. 엑스포 실무를 처음 맡았지만, 추진위원회가 있어 행정적 부담이 적었다. 전반적 느낌은 블랙이글 덕분에 일정 수준의 흥행은 확보한 것 같다. 평가 과정에서 드러나고 새롭게 진단한 문제가 있다면 잘 반영해서 내년 엑스포를 준비할 계획이다.

전규태 : 수출지원단에서는 항공산업 심포지엄과 무역상담회를 진행했다. 보잉사와 연계한 심포지엄에 대한 반응은 특히 뜨거웠다. 무역상담회에서는 중소기업과 해외바이어들이 활발하게 만났고 경제적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엑스포 전체의 전망을 봤을 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해야 옳지 않겠는가라는 고민이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구관혁 : 어찌 보면 카이(KAI)가 있어 엑스포도 있는 것인데, 카이 역할이 별로 없는 듯해 아쉬웠다. 행사장이 너무 분산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느낌도 강했다. 정체성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축젠지 산업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내년이면 제주도에 항공우주박물관이 들어서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항공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엑스포 발전 방향에 관해 적극 논의할 때다.

되짚어보는 항공우주엑스포의 ‘정체성’
사회자 : 기왕 ‘정체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항공우주엑스포를 처음 시작한 목적부터 살펴봤으면 좋겠다.

▲ 김형래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운영본부장

김형래 : 2000년대 초반, 항공기업 유치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기획된 것으로 안다. 이름이 ‘산업축전’이었던 만큼 엑스포 초기에는 정체성이 분명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두 번 진행하는 가운데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고, 특히 시민들의 참여가 적었다는 지적을 받다 보니 각종 체험행사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비산업적 요소가 강해지면서부터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정용구 : 처음(2004년)엔 ‘사천항공우주산업축전’이라는 이름을 썼다가 이듬해 ‘항공엑스포’란 이름이 등장한 뒤 2010년부터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를 쓰고 있다. 경남도가 예산지원 하는 것을 두고 처음엔 말이 나왔고, 도 입장에서도 명분이 약하다며 부담스러워 했다. 도는 현재 ‘투자 유치’ 목적을 내세우는 상황이고,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님도 연초부터 ‘산업엑스포’를 강조하셨다.

구관혁 : 항공산업 관련 국내 최대 행사인 아덱스(Adex, 서울국제항공우주및방위산업전시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격이 비슷한 데다 개최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엑스포의 산업집중도가 떨어진다. 비즈니스는 그쪽(아덱스)으로 집중되고, 고객이 사천을 찾지 않는다. 회사는 고객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행사를 주관하는 공군 요청에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자 : 항공엑스포가 끝나자마자 아덱스가 열렸는데, 카이가 제조한 FA-50이 최초 공개됐고 기동헬기 수리온의 시범비행도 있었다. 사천엑스포에선 없었던 프로그램이라 상당히 아쉬웠는데, 아덱스는 어떤 행사인가?

전규태 : 국무총리가 명예대회장으로 있는 사실상 국가 행사로, 밀리터리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군의 역할이 크고 국가적 행사로 진행된다. 규모나 내용 측면에서 우리는 열세일 수밖에 없다. 2년에 한 번 열린다는 점은 다행이다.
사회자 : 그렇다면 아덱스를 피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김형래 : 그래서 격년 개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매년 개최하되 10월을 피해 5월이나 봄에 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직 공론화는 안 된 이야기다.

▲ 구관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회공헌팀 부장

구관혁 : 대회 시기와 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전규태 : 격년 개최도 고려해봐야겠지만, 엑스포를 운영하는 예산이 도비와 시비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안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아덱스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파고들거나, 대회 자체를 경남도 차원에서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상당한 정치력과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조직정비
사회자 : 현재 구조로는 방문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입장료 한 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정에서 엑스포의 성격을 ‘산업’에 비중을 더 두겠다면 지금의 조직기구에 대한 점검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

정용구 : 조직기구표를 보면 ‘대회장-추진위원장-운영본부장-사무국’ 형식이다. 대회장은 경남도지사, 사천시장, 제3훈련비행단장, KAI사장이 맡고, 추진위원장은 사천시부시장이 맡도록 돼 있다. 운영본부장은 민간이 맡고 있다.

김형래 : 다른 조직은 보통 위원장만 있는데, 우리는 위원장 밑에 운영본부장이 있다. 그래서 저를 위원장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지금 민간기구가 아닌 ‘관’ 주도로 엑스포를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입장료를 받는다든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든지 하는 게 어렵다. 따라서 시와 도에서 확보하는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단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사회자 : 재단 이야기가 나왔는데, 엑스포를 산업 중심으로 가져가려면 어차피 민간 주도로 가야할 것 같은데, 그 방편으로 재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정용구 : 문제는 결국 출연금이다. 자본금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재단 발족이 가능하다.

구관혁 : 재단을 설립해 조직을 상설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엑스포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대회장도 현행 지역기관장 그룹에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행사에서 중앙정부 행사로 옮겨가야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 전규태 경남테크노파크 항공부품 수출지원단장

전규태 : 그래서 아덱스를 경남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라는 명분이 상당한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아덱스에 참여한 기업의 90%가 경남에 소재한 기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김형래 :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지역축제의 성격이 짙은 현 상황에서 중앙정부를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사천문화재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어려움이 있어 포기했다. 어렵지만 길게 봐서 재단설립으로 가는 게 맞겠다. 나아가 사무국도 개선해야 한다. 카이와 3훈비 관계자가 일정기간 사무국에 들어와야 업무협조가 원활할 것 같다.

해묵은 고민, ‘주 행사장’을 어디로?
사회자 : 흥행 문제로 돌아가 보자. 흥행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장소다. 현재 3훈비에서 협조해주고 있지만 보안문제에 따른 한계가 있고, 이 또한 길게 봐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어떤가?

정용구 : 주 행사장이 군부대에 있는 탓에 준비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물론 10여 년 가까이 협력하는 가운데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김형래 : 주 행사장이 3훈비 내에 있음으로 해서 에어쇼와 관련한 사천엑스포만의 특별함이 있다. 하지만 8억 원의 예산 중 해마다 1억 원 정도를 1회성 시설비용에 쓰고 있어 문제다. 또 2015년부터는 3훈비 사정으로 아예 못 쓸 수도 있다. 시와 함께 제3의 장소를 두고 논의 중이나 뾰족한 수를 못 찾고 있다.

구관혁 : 해양에어쇼가 펼쳐졌던 삼천포대교 일대가 의외로 좋았다. 선박을 동원할 수 있으면 해양과 항공이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엑스포로 특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김형래 : 부지가 너무 좁아 관람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바다의 물살이 너무 세 선박 기동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구관혁 : 어쨌든 행사장을 분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덱스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한 번에, 한 곳에서 여러 행사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자 : 결국 이러한 문제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원-포인트 주 행사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정용구 : 내년 이후에는 답이 없다. 카이가 중형항공기 생산부지로 확보하고 있는 5만 평을 쓸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김형래 : 항공우주과학관, 카이 에비에이션센터, 항공우주박물관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번에 받았다. 타당한 지적이다. 결국 이들 시설을 이용하면서 행사장을 이원화 하지 않으려면 카이의 협조가 절실하다. 항공우주테마공원도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렵다.

구관혁 : 카이 내부에서 할 수 있겠느냐는 요구가 있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갑급 보안시설인데다 업체내부 아닌가. 운동장만이라도 쓸 수 있냐고 묻지만 부스가 다 들어오려면 한계가 있다. 5만 평 임대부지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전규태 : 행사 장소로 카이 주변은 몰라도 카이 내부로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항공우주엑스포, 미래 위한 제언
사회자 : 오늘 항공우주엑스포의 과제를 여럿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날을 위한 제언들을 해주길 바란다.

김형래 : 내년이면 10회째다. 해마다 관람객 수준은 높아지는데 예산에는 변화가 없고, 행사는 밋밋하다고 지적받으니 스트레스가 심하다.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재단으로 전환해 민간주도로 가든지 집행부가 결단해야 한다.

▲ 정용구 사천시 지역경제과장

정용구 : 내년 예산으로 시에선 6억 원을 요청한 상태다. 도에선 2억 원을 올릴 예정이다. 의회 예산심의 과정과 추경예산 반영 여부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내년에도 예년과 같은 8억 원 수준은 확보되지 않을까 싶다. 엑스포 발전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겠다.

구관혁 : 지금 상황에 카이더러 엑스포를 주도하라는 건 무리다. 다만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가운데 변화할 수 있다면 카이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엑스포 자체만 놓고 보면, 항공을 주제로 한 권위 있는 대회를 유치하거나 개최하는 것이 (흥행에)도움 될 수 있다.

전규태 : 아덱스를 사천으로 가져오는 게 힘들다면 산업 중심의 엑스포로 가져가면서 적어도 경남을 비롯한 남부 권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지역축제 성격도 유지해야 한다. 산업 중심 엑스포를 위해선 카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에어버스와 보잉 등 민간항공업체와 무역상담회를 열기에는 중소기업들만으론 무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역축제 성격 유지를 위해선 에어쇼와 각종 체험거리가 필요하므로, 공군의 도움 역시 절대적이다. 결국 격년제로 가면서 아덱스와 성격을 달리하는 항공우주엑스포로 자리 잡아 가야 한다. 예비역 장성과 같은 힘 있는 조력자의 도움도 절실하다.

사회자 : 오늘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정리하자면, 엑스포의 정체성은 당초 산업적인 성격을 많이 띠었다는 점. 그리고 아덱스만큼 대회 규모를 격상하거나, 이것이 힘들다면 겹치지 않는 시기에 ‘산업+지역축제’ 개념의 엑스포를 민간 주도로 해 나가는 방안. 이 과정에 카이와 공군의 협조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떠올랐다. 조직을 민간기구로 전환할 필요성과 ‘원 포인트 주 행사장’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해법이 만만찮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예산증액 요구로도 이어졌다. 뉴스사천이 마련한 오늘 좌담회는 항공우주엑스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논의의 시작인 셈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가는 시발점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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