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내 7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희망 festival’.

아이들은 다 평범해 보였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는 고소득층 가정의 아이를 가려내기가 더 쉬울 만큼 저소득층은 넘쳐 날것이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는 그 보다 더 많을 텐데. ‘지역아동센터가 보듬어 주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각별한 희망이 필요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마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폴짝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무대 앞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찰칵 대고 있었다.

여러 순서들이 지나고 공연이 한창 중반에 다다랐을 때 문득 관객석을 돌아봤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대부분일 것이니 젊은 부부들이 눈에 많이 띌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여러 번을 살펴도 그런 부부들은 잘 보이질 않고 내 바로 뒤에 혼자 앉아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오호라. 기자의 오지랖은 이때 쓰라고 주신 게 아니겠나.

눈을 마주쳐 주신 것이 감사했던지라, 그리고 한편으로 혼자 앉으신 것이 쓸쓸해 보여 말을 붙였다.

“어머니, 오늘 아이들 공연에 와 보니 어떠세요?”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인터뷰 승낙은 눈빛으로 받는 게 아니었지. 뒤로 바짝 물러나 등을 붙이고 앉으시기에 너무 부담을 드렸다 싶어 다시 무대 앞으로 나가려던 찰나,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팔을 잡으셨다.

“저기. 우리 아이가 지금 저기 있는데요. 사진 좀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무대에서는 두량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있었다.

“우리 아이 1학년이고 이번에 처음 이 공연에 와 봤어요. 뿌듯해요.”

냉큼 명함을 건넸다. 찍어 드리고 사진도 보내드리겠으니 꼭 연락을 주시라는 말을 남겼다.

마음이 아주 조금 저렸다. 카메라에 담은 그 아이 사진을 봤더니 아이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어머니가 한 숨 쉬듯 뒤로 물러나 앉던 것과 닮았다. 내가 지역아동센터의 ‘희망’을 가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그림자에 그 희망이 가려 있었던 게 아닐까.

다음 날 아침, 모르는 번호였지만 첫 눈에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이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어젯밤 눈으로만 말하던 그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고아로 자라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외로운 때는 명절, 나라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면 좋겠다는 바람. 곧바로 사천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백운균 씨에게 전화를 했다.

지역아동센터가 품고 있는 아이들은, 가족의 해체와 기능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부모가 있어도 없는 아이들. 반드시 희망이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마감의 압박과 신입이라는 핑계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큰 ‘실례’는 가슴에 두고 두고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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