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솔사 가을문화제, 산사에 울려 퍼진 차와 사람의 향기

▲ 26일(토) 봉명산 다솔사에서 '가을 문화제'가 열렸다. 경남도 '최고장인' 정계임 씨의 녹차요리 전시도 펼쳐졌다.
봉명산 자락을 타고 올라 마주한 다솔사에도 가을이 깊어 있었다.

그 옛날 하늘과 땅, 바람과 나무의 이야기를 천 오백여년 동안 명치끝에 눌러 담고 오늘날 인생군상들을 토닥거리는 곳. 지난 26일(토), 이곳에서는 소담스런 잔치가 열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우수사찰음식행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다솔사 주관 아래 ‘2013 다솔사 가을문화제’가 펼쳐졌던 것.

지역주민과 화합의 장 꿈꾸는 다솔사

▲ ‘茶의 향과 색을 요리에 담다’라는 슬로건이 딱 맞는 정계임 최고장인의 녹차요리들.
▲ 전시된 다채로운 녹차요리들은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으니’ 맛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다.
“우연히 들렀는데 산사에서 이런 문화 행사를 하니 마음이 한결 차분하고 좋네요. 다음에는 꼭 가족들을 다 데리고 함께 오고 싶어요.”


사천 벌리동에 사는 한 주민은 주말을 맞아 봉명산 산행을 왔다가 다솔사 문화제에 발길이 붙들렸다. 다솔사가 지난 5월 차(茶)축제에 이어 사찰음식전시 및 ‘다솔 차(茶) 시음회’, 그리고 연극 공연까지 준비한 것은 주민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사무장을 맡고 있는 최미연(법명·무장) 씨는 이 날 행사를 찾은 사람들을 보며 감격해 했다.

“주민들이 절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에요. 하루 쯤 일상을 벗어나 산사에서 여유를 누리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사찰음식 및 녹차요리 전시회는 대양루 전시관에서 열렸다. 고승의 합장처럼 정갈하게 차(茶) 향을 담은 요리들은 조리기능장 경남 1호로 ‘최고장인’에 선정된 정계임 씨가 밤잠을 줄여가며 만든 걸작들이었다.

연극 ‘동승’ 승려 역 맡은 배우들 삭발식

▲ 연극 ‘동승’에서 배우들이 삭발투혼을 보였다. 평소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삭발식이 선보여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 시 반이 좀 넘어서자 적멸보궁 앞 계단과 마당 객석에 앉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카메라를 들고 일어난다. 발뒤꿈치가 빠르게 올라가는 발길들을 분주히 쫓아가니 얼굴에 연극 분장을 마친 세 명의 배우가 나란히 앉아있다.

장삼에 가사까지 둘러 승려의 예를 갖춘 주지(住持) 동초스님과 두 명의 스님이 삭발식을 시작한 것이었다. 극 중 역할에 투혼을 불사른 이십대 배우들의 열정에 보는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비록 불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는 별개의 뜻이 있었으나, 평소 볼 수 없는 진귀한 모습이었음은 분명했다.

▲ 삭발식에 참여했던 주인공 동승 역할의 맡은 박지은 학생은 여학생이어서인지 더욱 관심을 받았다. 식을 거행했던 주지스님의 손 끝에도 숨죽인 눈길이 집중됐다.
주인공 동승 역할을 맡아 주지 스님으로부터 삭발식을 받은 박지은(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2) 학생은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에 깜짝 놀랐다.

“지난 3월 학교에서 ‘동승’ 연극을 하며 이미 한번 삭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이 고찰의 주지스님이 해 주셔서 각별한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놀랍기도 하구요.”

진주에 있는 어느 중학교 국어 교사인 최선희 씨는 사찰음식을 좋아해 동료 교사들과 이번 행사를 찾았다.

“건강에 좋은 절밥도 먹고 산의 기운도 느끼려고 왔어요. 여기 지혜의 방이라고 쓰여 있는 방에 살고 싶네요. 불교의 근본목표가 지혜를 구하는 것이니까요.”

“다솔사, 문화사찰로 거듭 날 것”

“이 문화제에 온 사람들이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고 각성하며 무언가를 깨우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깨우침의 대상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끝없는 성찰 끝에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찰의 역할이지요.”

주지(住持) 동초스님은 소임을 맡아 온 후 다솔사가 갖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그 문화도량에 맞는 ‘문화사찰’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일찍이 했었다.

▲ 다솔사 주지(住持) 동초스님. 다솔사가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사찰’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또 바라는 것은 다솔사가 사람이 한번 돌아보기만 해도 수양이 되는 사찰이 되는 것.

“대한민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찰이었으면 합니다. 일본 교토에 있는 사찰들을 방문했을 때 서양 사람들이 절간에 걸치고 앉아 떠날 줄 모르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곳이 그런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한 번 앉으면 떠나가기 싫은 곳.”

그는 새로 세울 건물과 재정비할 건물들의 조감도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언제 완성이 되냐 물었더니 가을처럼 초연하고 여유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인연에 맡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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