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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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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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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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의 오솔길]영화 '설국열차' 리뷰

▲ 그는 과연 닫힌 문을 열 수 있을까?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적 상상력과 현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중의 하나는 현실세계에서 이룰 수 없거나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들을 관객에게 현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전히 불가능하다거나 혹은 너무나 현실과 거리가 먼 영화들은 영화로서 매력적이기는 하나 영화를 관람한 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희미하여 일과성 오락으로 전락하고 만다. 또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을 영화적 상상공간을 빼앗아 메시지는 있을지 모르나 영화적 감흥은 남지 않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면에서 영화적 감흥과 현실성이라는 두 개의 다른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영화적 감흥과 더불어 다양한 생각의 여지를 만든다. 물론 이 영화 ‘설국열차’는 원작의 검증된 스토리에 힘입은 바 없지 않으나 감독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영화적 공간의 창조와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두 개의 과제가 큰 무리 없이 관객에게 조화롭게 전달된 것으로 생각된다.

미장센

폐쇄공간에 대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약점은 놀랍게도 시간적 제약과 연결된다. 즉, 일정한 공간만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영화적 상상의 기초가 되는 시간의 유연성이 사라지고 영화는 직선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단순구조의 이야기로 한정되고 관객들은 순차적 사건전개 탓에 영화를 빨리 파악함으로서 영화적 흥미를 잃게 만든다.

기차라는 폐쇄공간에서 일어나는 이 영화의 미장센은 이러한 폐쇄공간의 경직을 탈피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원작의 1001량의 많은 기차는 아니지만 다양한 장치를 통해 폐쇄공간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각 칸 마다 화려한 색깔과 다양한 환경의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개방공간의 영화와 별로 다르지 않게 느끼도록 하고 특히 객차 칸의 일부에 높낮이의 변화를 주어 열차라는 폐쇄공간을 잠시 잊게 만드는 세심함도 보여준다.

 

▲ 꼬리 칸의 미장센 @ CJ엔터테인먼트

 

▲ 엔진을 차지한 쪽의 미장센 @ CJ엔터테인먼트

꼬리 칸과 머리 칸의 차이를 색채에 둔 것은 매우 유효했는데 보통의 영화에서도 그러하지만 빈부의 격차와 신분의 격차는 색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색, 무채색이 낮은 신분과 가난을 상징하는 것은 마치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부유함과 지배세력의 상징으로는 ‘교육’ ‘목욕’ ‘사치’ ‘환락’ ‘음식’ ‘환경’을 보여주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미장센으로 생각된다.

두건을 덮어 쓴 앞쪽 칸의 방어부대들을 보면서 나는 왜 구사대, 백골단 등이 떠올랐을까? 그들이 눈을 가렸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보인다. 즉, 피만 흐르는 사람일뿐 이미 사람임을 포기한 존재들이라는 표시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존재들은 어느 사회 조직이든 존재하는 모양이다. 감독의 연출된 미장센인지 아니면 원작의 설정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누군가를 위해, 어떤 조직을 위해 희생되는 소모품 같은 존재를 영화는 매우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념의 문제

원작이 1970년대 냉전시대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영화 속에는 체제와 이념의 조각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엔진이라는 개념은 당시 산업사회의 심장으로서 엔진의 역할이 지대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엔진은 거의 신격화된다. 더불어 그것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도 동시에 신격화 되는데 이는 산업자본가의 사회적 역할 또는 정치적인 신분의 진입이 1970년대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한 사회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당시 냉전의 중심에 있던 소련 체제의 우상화와 신격화에 대한 비판이 보이는데 이는 현재 북한체제에 남아있는 김일성 혈통의 우상화 및 신격화에 맞닿아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북한과의 미묘한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전체주의가 내부적으로 가지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체제의 연장과 유지에 있는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와 길리엄(존 허트 분) 그리고 윌포드(해드 해리스 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시퀀스들은 체제 연장의 방법에 협잡과 음모의 방법이 비교적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정의(正義)의 문제인데 윌포드의 말로 표현되는 윌포드식 정의의 핵심은 ‘균형’이다. 본래 균형은 가치 개념이 없는 단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균형을 정(正)의 개념으로 끌어 들이려 노력했고 지금은 거의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계의 균형은 정(正)도 부(負)도 아닌 중립의 개념이고 그것의 실현은 약육강식이다. 이러한 자연계의 균형으로 보자면 열차 안에 적용되고 있는 윌포드식 균형은 매우 합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근대 시민사회 이전까지 ‘정의’의 개념은 로마의 법학자 울피아누스(Domitius Ulpianus 170? ~ 228)의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돌려주는 항상 不斷의 의지이다.”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정의 개념은 수정되어졌는데 현대사회의 정의에 관해 롤스(John Rawls 1921 ~ 2002)는 크게 두 개의 원칙을 이야기 한다. 첫째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득이고, 둘째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을 들었다. 여기에도 균등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나 균등 이전에 공정이라는 개념이 선행되어야 한다. 열차 안, 윌포드의 균형은 공정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최소 수혜자에게 최소의 이익만을 분배한다. 그러니 현재의 정의와는 다른 정의가 윌포드식 정의다.

그런데 여기서 윌포드식 정의가 형성되게 된 배경 혹은 원인을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입해보자면 최근의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다문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기존에 열차에 있었던 존재들과 그 뒤에 열차에 오른 존재들의 문제가 우리사회 이주외국인의 문제로 치환되어 나타날 수 있는데 영화의 원작에서 이런 내용이 들어가게 된 원인도 역시 프랑스 내부의 이민자 문제였을 것이다. 열차의 2인자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의 말 속에 있는 철저한 분리와 차별인식, 꼬리 칸에 대한 은혜 등이 혹여 우리가 이민자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 꼬리 칸 혁명을 주도한 주인공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또 다른 음모가 있으니... @ CJ엔터테인먼트

어쨌거나 꼬리 칸 사람들은 이러한 불편, 부당함에 불만을 가지고 커티스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반란조차도 윌포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열차안의 세력 균형과 조절의 차원이라는 것을 주인공 커티스가 알게 되고 절망과 혼돈, 분노와 자괴감에 곤혹스러워 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역사 발전의 과정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변증법을 실감하게 되는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 것인가에 대한 절대적 가치조차 흔들리게 된다.

추위 때문이든 또 생존의 조건 문제든 간에 외부세계의 단절된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열차안의 사람들, 심지어 주인공 커티스조차도 완벽하게 열차 안이라는 기본 가정 하에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외부세계와 단절의 이념적 성향은 윌포드의 전체주의의 바탕이 되고 또 전체주의를 유지하는 동력원이 되는데 커티스의 혁명으로 바뀐 열차안의 질서가 이와 다를 바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커티스의 이러한 열차 안 공간에 대한 단절의 고정관념이 언제든 전체주의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그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사람이 열차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 분)인데 그의 역할이 영화에서 조금은 불분명하게 설정되어 영화의 큰 축을 이루지는 못한다. 이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부세계로 나가는 것 즉, 새로운 세계의 개척이 이 영화의 모토였다면 좀 더 일찍 그 아이디어를 밝힘으로서 이념적 갈등구조가 영화를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이든 감독의 의도든 이념적 갈등상황은 회피하는 모양새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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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2013-08-08 17:42:48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 멋진 영화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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