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득의 추천도서>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무더운 여름. 오락가락 비도 내리고 장마의 여운이 여기저기서 샘을 내는 계절입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 범람한 강물, 빗길 교통사고. 얼마 전 일어났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의 사고 등등 불행한 일들이 연일 메스컴을 장식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항시 조심 또 조심하시어 이번 여름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나시기 바랍니다.

이번 달 추천도서로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입니다.

‘연’이라고 하면 어딘가 모르게 우리들하고 친숙한 단어입니다. 동양 문화를 접하는 아시아권에서는 흔히들 볼 수 있는 민속놀이이자 옛날 겨울철 유일한 놀이기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연은 주인공의 신분탈출을 위한 기구. 유일한 희망. 자기 자신을 한껏 뽐낼 수 있는 매개체였습니다.

연줄에 유리조각을 발라 연줄 끊기 싸움을 즐기고,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소중히 지키고 그 명맥을 유지해 온 민속놀이와 유사합니다.
 

▲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하지만 그 시대적 상황, 주인공의 그 당시 시대상이 말해 주듯이 아프카니스탄은 종교적 대립으로 인해 분쟁이 수시로 일어났고, 신분의 차이가 분명하여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갈등, 엄격하고 폐쇄적이었던 남녀 차별로 인해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아미르와 하산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자극해 줄 것입니다.

아미르는 내분당시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외부와 싸우기 보단 같은 민족끼리 종족의 대립관계를 융화시키지 못해 내전이 계속되었고 그 현실이 싫어 재물을 이용하여 국외로 탈출을 도모합니다.

타국에서의 생활 역시 녹록치 않았고, 미국의 법 테두리 안에서도 작은 아프카니스탄의 집단을 이루어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냅니다.

어릴 적 하인이자 친구인 하산이 다른 친구들한테 당한 굴욕적인 성적학대를 막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주인공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이 아직도 아프카니스탄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또 다시 호랑이 굴, 아프카니스탄으로 들어갑니다.

아미르는 하산이 아버지친구인 하인집의 아들이 아닌 이복동생이란 것을 알고 난 후 끝없이 밀려오는 원망, 분노, 안타까움이 구구절절하게 표현되어있습니다.

잔인하리만큼 남녀 간의 불륜관계를 처벌하는 축구장내의 처형식, 러시아군의 마약 복용 후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에게 저지르는 만행들...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시대, 20세기에 같은 아시아권 저편에서 자행된 일을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그 나라의 시대상을 말해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와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들었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치안과 자유를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고, 서로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지 못해 자행되는 만행을 보고, 사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종교일진대 왜 서로를 시기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느낌의 여운이 오래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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