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선거용’ 오해받기 알맞아.. ‘열매’엔 인내심 필요

▲ 하병주 편집국장
진주시가 항공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한단다. 장소는 경남항공국가산단 신청지역 근처인 정촌면 화개리 일원이고 규모는 30만 평이다. 여차 하면 국가산단 신청지역 안 일부를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단다. 파격이다.

진주시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경남도, 사천시와 함께 추진하던 항공국가산단 지정 문제가 국토부의 부정적 시각으로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아예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마당에, 사천시가 항공업체 입주를 겨냥한 종포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자 ‘항공산업을 나눠 먹겠다’는 당초 계획이 어긋날까 하는 두려움의 발로다.

그 마음이 어느 정도 헤아려진다. 항공국가산단 지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에 국가산단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몇 발짝 못 나간 상태다.

최근 들어 국토교통부가 항공업체의 산업입지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살피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기긴 했는데, 두 지자체는 그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2020년 이후로 장기적인 관점에선 항공수요가 많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30만 평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국토부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항공국가산단 지정이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사천과 진주 두 지자체 모두 항공특화단지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때마침 정부가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을 개정해 항공특화단지에 국비 지원의 길을 열어두고 있으니, 군침을 흘릴 만하다.

당장 관련 기업들로부터 공장 지을 땅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사천시로선 용현면 종포지구에 11만 평 규모의 종포일반산단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나아가 필요한 경우 인근으로 개발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종포일반산단과 이미 가동되고 있는 사천항공전용산단(=사천임대전용산단)을 묶어 추후 항공특화단지로 지정 받겠다는 게 사천시 전략이다. 여기에는 경남도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진주시가 항공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는 건 솔직히 생뚱맞다.

2억 원을 들여 조만간 발주하겠다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을 위한 연구용역은 내년 2월까지 잡혀 있다. 이후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2015년은 되어야 산업단지조성계획의 밑그림이 나올 수 있다. 산업부가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중으로 항공특화단지를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때가 맞지 않다.

게다가 산업부에서는 항공특화단지 지정 조건으로 ‘10개 이상의 항공기업이 입주돼 있거나 입주계획이 확실할 때’를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소식이므로, 이래저래 진주시가 항공특화단지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반면 전국에서 항공제조업체가 가장 밀집해 있는 사천시로서는 해당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음이다. 사천항공전용산단에는 이미 20개의 항공업체가 가동되고 있지 않은가.

이 같은 상황은 진주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줄 안다. 그럼에도 마치 항공특화단지 지정 경쟁에 뛰어드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조금 미심쩍다. 혹여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심 추스르기’에 더 큰 목적이 있다면야 모를까.

연구용역의 완료 시점을 9개월이나 지난 내년 2월로 잡고 있다는 점은 이런 의심을 더욱 부추긴다. 가능성이 높건 낮건 지역사회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 큰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며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 전형적인 ‘선거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음이다.

항공산업을 사천시만 유치하겠다고 고집하면서 ‘항공도시’ 이미지도 홀로 갖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특정산업이 어찌 한 지자체의 전유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경남에서 ‘항공산업’ 하면 사천을 먼저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 KAI를 비롯한 항공업체가 집적화 해 있다는 얘기고,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천시는 일종의 ‘우선권’을 내세우는 정도다.

정부가 추진하는 ‘2020년 항공G7 진입’이 현실화 된다면, 항공산업은 사천을 벗어나 더 넓게 뻗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경남항공국가산단 조성을 의미한다.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정촌 항공특화단지는 존재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여기에는 경남도의 생각도 같다.

진주시는 지금도 각종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물론 ‘혁신도시’가 있다. 혁신도시는 진주시의 성장동력으로 오랫동안 환영 받아 왔고, 그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진주시가 항공산업을 두고 사천시와 지나치게 경쟁하기보다 혁신도시를 완성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KAI 정부지분 매각’ 이야기가 또 다시 흘러나온다. 미국 보잉사가 경북 영천에 항공정비센터를 세운다는 소식도 들린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다. 항공산업도 어떤 방향으로 튈지 종잡을 수 없다.

결국 항공산업의 열매를 누리려면 사천과 진주, 진주와 사천이 더욱 협력해야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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