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재의 음악놀이터]'베니아미노 질리'의 '토셀리-세레나데'

꽃이 꿈틀거리며 조금씩 잎을 열고 있습니다.

하도 추운 겨울을 보내 영 영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봄이 오기는 오나봅니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한 시간 남짓한 '종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시위에 어찌나 손, 발이 시렸던지요. 그렇게 꽁꽁 추운 날 한 처녀가 사랑 찾아 날아갔습니다.

▲ 남녘은 어느 새 꽃이 절정!
얼마 전 인터넷의 어떤 기사를 읽다 짚이는 데가 있어 해당 음식점에 전화를 했습니다.

"00과 졸업한 아무개가 따님 아닌가요?"

느닷없는 질문에 생면부지의 어머니는 제게 대뜸 하소연부터 늘어놓으셨습니다.

"... 갸가 유학꺼정 댕겨 와가꼬도 시집갈 생각을 안 허요..."

중국 남경 박물관에 있는 이천 년 전 ‘젖먹이는 어미’ 모습에 제 어머니 생각으로 눈물짓던 녀석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대충 연락한 후 벼락같이 걸려온 그녀석이 전화에 대고 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중국 사람이에요."

...에고 아까워라. 사랑하는데 국적 구분이 있을까만...그리고 며칠 후 남자친구 아버지가 위독하다며 중국 다녀온다고 했습니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싶어서요."
 
원래 순하고 무던한 사람이 바람 나 고집 피우면 좀 깔끄럽던 애들보다 빡세지요. 순둥이 딸내미가 중국남자에게 ... 어쩌겠습니까. 또한 그곳 풍습 때문에 장사 지낸 후 90일 안에 결혼해야 한다는군요. 만약 그 기간 넘기면 꼬박 3년을 기다려야 한 대요. 그래서 '걍' 가기로 했나봅니다.

그 아버지 발밑이 허물어졌을 겁니다, 안 봐도 비디오지요.
잘 살 겁니다, 유난히 심성 고운 처녀거든요. 젊은이 사랑을 뭘로 말리겠습니까,
 
"그래 국수 한 대접 사 주마."

만만찮게 추운 며칠 전 얼음 잔뜩 든 냉면그릇 앞에 두고 오랜만에 마주앉았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양보해 주셨다며 ‘쬐꼼’ 울었습니다. 저는 젓가락질만 하고요.도망군이 보따리 모양 당장 쓸 물건 대충 꾸려 먼저 부치고 며칠 후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허공을 날았습니다.

떠난다던 날 해질 녘 내 딸이 날아간 듯 마음이 산란해졌습니다.
그 녀석 몫으로 절 몇 번 올리고 난 후 느닷없이 가슴에서 노래 한 곡이 솟아올랐습니다.

“20세기는 연주자의 시대였노라” 단언하는 누군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서정적인 가곡은 이 사나이를 따라갈 수 없겠다고 확신하는 이탈리아 출신 테너가수 ‘베니아미노 질리’가 부른 토셀리의 <세레나데>였습니다.


▲이탈리아 성악가 베니아미노 질리가 부른 토셀리의 '세레나데' 자료출처: 유튜브

유난히 아름다운 노래니까, 그걸로 축가 대신할 셈이지요. 젊은 시절로 돌아갈 리는 없지만 그렇게 사랑이 온다면. 어쩌겠습니까, 물리칠 도리 없지요.

역시 방법은 그것 하나뿐일 텐데요. 사랑이 그런 거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역시 ‘베니아미노 질리’의 노래가 절창입니다. 특히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전주와 반주.아주 그냥 죽여줘요. 정말입니다.

<임계재의 음악놀이터>는 음악으로 마음에 위로를 받았거나 감동했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공간이다. 글쓴이 임계재 선생은 중국문학을 전공한 작가이면서, 현재 숙명여대에서 중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학창시절, 전공 공부보다는 음악듣기에 더 빠져 있었다는 게 글쓴이의 귀띔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