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초기 안전사고 ‘발목’.. 하도급 업체 “공사비는 어쩌라고” 하소연

▲ 삼천포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시공사의 사업포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천시는 새 시공사를 물색해 4월 20일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 사태를 맞고 있던 삼천포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시공사가 공사재개를 약속한 2월 25일을 넘기면서 사실상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사천시는 새로운 시공사를 물색해야 하고, 해당 상인들의 영업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삼천포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사천시는 지난해 6월 ‘SH건설’(창원 소재)과 계약을 맺고 ‘수산물 종합유통센터’ 건립에 들어갔다. 전체사업비는 65억여 원. 이 가운데 건축공사비는 두 차례 설계변경 과정을 거쳐 32억45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은 사업초기부터 악재를 만났다. 공사시작 열흘만인 6월 21일, 기존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건물 벽 일부가 안전울타리 너머 상가를 덮친 것이다. 이로 인해 관광객 김아무개(47, 대구) 씨가 건물더미에 깔렸고, 결국 한쪽 다리를 잃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시공사를 상대로 4억 원 대의 채권가압류를 제기했고, 이로 인해 잔여 공사대금의 집행이 어렵게 됐다. 자금에 여유가 없던 SH건설은 인건비 1억8000만 원과 하도급업체 공사비 6억3000여만 원 등을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1월 21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준공 시기는 당초 지난해 12월말에서 올해 2월로 미뤄졌지만 이 역시 지킬 수 없게 됐다.

▲ 삼천포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시공사가 공사재개를 약속한 2월 25일을 넘기면서 사실상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상인들의 영업정상화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이에 사천시는 지난 2월초 ‘2월 25일까지 공사재개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사업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SH건설에 각서를 쓰게 했고, 이 날짜를 넘기자 공사계약을 해지했다.

이와 관련해 SH건설 신석기 사장은 뉴스사천과 전화통화에서 “가압류를 풀어야 공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사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남은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급하고 가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수산물유통센터 시공사의 사업포기 사태를 맞은 사천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도민체전 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 업체들과 수산시장 입주 상인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은 27일 오전 사천시청을 찾아 서기용 부시장과 면담을 갖고 대책을 호소했다. 업체 관계자는 “사천시가 공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미리 눈치 챘더라면 시가 직불처리 하는 방안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사천시를 원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직불처리’란 공사 발주처가 원도급 업체를 통하지 않고 공사대금을 하도급 업체에 직접 주는 것을 말한다.

▲ 2012년 6월 21일, 기존 수산시장 건물 철거 과정에서 관광객이 건물더미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관광객 1명이 한쪽 다리가 잘리는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는 시공사를 상대로 4억 원의 채권가압류를 제기했다.
서 부시장과 면담을 끝낸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은 “공사 잔여대금을 못 받으면 (수산물유통센터)공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공사방해 등 갈등을 예고했다. 이들은 사천시청사 앞과 공사장 부근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사천시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은 “공사대금을 시가 직접 갚아줄 수는 없다”며 “다만 SH에 지급한 선급금을 정산한 뒤 얼마나 남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하도급 업체 측 주장에 대해서는 “공사비가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천시와 공사 하도급 업체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사비 잔액이 7억5000만 원 정도에 이른다.

수산물유통센터 건립이 늦어지자 삼천포수산시장 상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당초 작년 12월까지 완공한다고 했다가 2월 8일로 미뤄졌다. 그런데 또 4월까지 하겠다는데, 대체 믿음이 안 간다”며 사천시 행정을 불신했다.

이들은 또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며 이구동성으로 불평했다. 임시 이전한 수산시장이 비좁고, 주차시설도 부족한데다, 홍보부족으로 사천시민들조차 이전 장소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삼천포수산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시공사의 사업포기로 더욱 늦어질 전망인 가운데 수산물유통센터 입주 예정 상인들이 27일 자리 배정을 위한 추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삼천포수산시장상인회 김원환 회장의 말은 달랐다.

“공사가 늦어지는데 따른 불만은 있지만 그리 크지는 않다. 도체가 열리기 전인 4월 20일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사천시는 경남도민체전이 열리는 4월 26일 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3월 10일까지 공사업체를 선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 경우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천시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63%, 남은 공사기간은 40일 정도다. 사천시의 지금 계획대로 한 치 오차 없이 진행돼야 4월 20일 준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는 사천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삼천포수산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 일환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수산물종합유통센터 내부 전경.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1월 21일부터 공사가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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