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에 본사 둔 큰 기업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꺼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전통시장 수요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한 상품권이다. 따라서 온누리상품권이 많이 유통되면 될수록 전통시장의 중소 상인들의 얼굴 또한 밝아진다. 온누리상품권의 유통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곧장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설을 계기로 온누리상품권이 시중에 많이 풀렸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씁쓸함 또한 지울 수 없다. ‘늘 지역민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히던 기업들이 정작 지역민과 함께할 이런 기회에는 주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경남도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이 온누리상품권 구매에 적극 나서겠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하나는 공무원들이 온누리상품권을 적극 구입하겠다는 뜻이고, 다음은 큰 기업들로 하여금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게 해 종업원들에게 나눠주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경남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가운데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가장 많이 한 곳은 거제시로 32억1200만 원이다. 엄밀히 말하면 거제시는 특이하게 온누리상품권보다 거제지역상품권인 거제사랑상품권 판매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어쨌거나 거제시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월등히 많은 상품권 구매량을 기록한 데는 대우조선해양의 역할이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모두 21억 원어치의 거제사랑상품권을 구입했다. 이밖에 동종 업계에 있는 삼성중공업도 4억 원을 기록했다.
거제시 뒤를 잇는 곳은 창원시다. 창원시에선 STX조선이 8억5000만 원, 삼성테크윈이 2억3000만 원을 구입하는 등 온누리상품권(지역상품권 포함) 전체 구매액 16억600만 원을 주도했다.
거제시와 창원시를 빼면 나머지 지자체들의 수준은 고만고만하다. 진주시가 2억6000만 원으로 세 번째를 기록했고, 1억6800만 원을 구입한 사천시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KAI, SPP조선, BAT코리아 등 사천에 본사를 둔 굵직한 기업들의 참여가 전혀 없었고, 중소기업들의 참여 또한 저조했다. 결국 사천시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온누리상품권 구매액이 크게 줄었다. 평소엔 ‘향토기업’임을 자처하면서도 지역민과 지역경제를 배려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온누리상품권 구매금액만으로 지역을 배려하는 기업들의 마음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기회가 아니고서 저마다 ‘지역사랑기업’이니 ‘향토기업’이니 하고 떠드는 기업들의 속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지역민들은 말이 아니라 실천을 보고 진정한 ‘우리 기업’을 가려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