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 이모저모

▲ 지난 23일 산타와 루돌프로 분한 시민들이 지역 내 저소득층.맞벌이 가정을 방문해 성탄절 기쁨을 함께 나눴다.
지난 23일 어스름 해가 기울자 산타와 루돌프로 분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삼천포 농협 앞에 모였다.
바람이 쌩쌩 코끝을 시리게 했지만 모인 사람들의 얼굴엔 왠지 모를 설렘과 미소가 가득하다.

이들은 ‘20212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시민들로, 이날 지역 내 저소득층.맞벌이 가정을 방문해 성탄절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랑의 몰래 산타’ 행사는 타 지역에서는 수년간 진행되어 왔지만 사천에서는 지난 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행사는 ‘2012 사랑의 몰래 산타 사천시추진위원회’가 주최했으며, 사천 내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참여, 후원했다.

산타와 루돌프들은 그동안 연습한 ‘루돌프 사슴코’ 율동에 맞춰 몸을 풀고 ‘몰래산타’ 선서를 한 후 각 조별로 이날 찾아가야할 아동의 집으로 향했다.

▲ '2012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에 참가한 시민들이 출정식에서 산타선서와 캐롤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참가자들은 일명 ‘산타학교’에서 ‘진짜’ 산타가 되기 위해 율동과 풍선아트 등을 배웠다. 또한 각 조별 모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산타의 환상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수차례 리허설도 가졌다.

행사는 사천읍과 삼천포 지역 9개조로 나눠 진행됐다. 각 조별로 7~9명으로 구성돼, 3~4 가정을 방문한다. 학생과 시민 9명으로 구성된 2조에 포함된 본 기자는 사천읍 3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가정을 방문한 후 마지막 방문할 가정은 남자아이 6명이 함께 사는 그룹홈이다.

비록 아파트이긴 했지만 대문 밖에서 친구들 이름을 차례차례 불렀다. 이내 현관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낯선이들의 방문에 신기해 하면서도 뒷걸음질을 쳤다.

루돌프 역할을 맡은 나와 참가자들은 캐롤송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그리곤 아이들과 함께 ‘산타할아버지’를 불러보자고 했다. 처음엔 작은 목소리로 부르던 아이들도 점차 목소리를 키워 '산타할아버지'를 불렀다.

▲ 산타가 한 아이와 새끼 손가락 약속을 하고 있다.
이후 큰 웃음소리와 함께 허연 수염이 달린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하자 이내 분위기는 고조되고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고 케익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비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은 풍선아트로 이쁜 왕관과 칼 등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했다.

산타는 각 아이 특성에 맞는 ‘동생 잘 돌보기’, ‘공부 열심히 하기’ 등 약속을 받고 준비한 카드와 선물을 건넸다. 선물을 푸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 케익에 혼자 가서 크림을 손으로 찍어 먹는 아이 등 연신 기뻐하는 모습이다. 참가자들과 나도 연신 표정이 밝아진다.

솔직히 행여 반응이 나쁘면 어쩌나,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모두들 긴장했었는데, 모든 걱정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다.

▲ 산타와 루돌프, 아이들이 하나되어 크리스마스 트리만들기와 소원빌기 등을 하고 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 6명과 함께 사는 그룹홈의 엄마도 아이마냥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워한다.

준비해 간 모든 활동을 마치고 아쉬운 인사를 뒤로 하고 나오는 일행에게 엄마는 “추운 날씨에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며 초콜렛 두봉지를 건네준다.

말보다 더 진한 사랑이 전해져 온다.

일정을 마친 후 2조 일행들은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치킨집에서 우리들만의 뒷풀이 자리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성영자씨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봤지만 “‘몰래 산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가는 곳 마다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며,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 산타와 루돌프 방문에 아이만큼이나 엄마들도 행복해 했다. 감사의 표시로 전해 준 초콜렛에서 진한 사랑이 전해져 온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산타의 존재를 믿었으리라.
크리스마스 전날 머리맡에 걸어 둔 양말 속에 선물이 가득하길 기도하며 잠들었던 추억. 기자인 나도 정확히 몇 살까지 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산타를 믿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환상은 곧 사라졌지만. 시골에서 자랐기에 요즘처럼 부모님이 산타를 대신해서 선물을 넣어줄리 만무 했으니깐.

이날 내가 만난 아이들도 분명 산타의 존재를 반신반의 했을 것이다.
비록 우린 루돌프와 산타인양 아이들을 찾아갔지만 그 아이들은 산타와 루돌프로 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초롱 초롱한 눈으로 빙그레 웃던 그 아이들이 먼 훗날 또 다른 아이들의 산타와 루돌프가 되어 그 자리에 서 있길 기대해 본다.

지난해에 이어 참가하는 ‘몰래 산타’지만 그날 밤 난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 3살부터 13살 아들 6명을 가슴으로 낳아 함께 살고 있는 그룹홈에서 '사랑의 몰래 산타' 작전 임무수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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