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화력본부노조 강수현 위원장에게 듣다

삼천포화력본부노조가 3월9일 ‘중식집회’를 가졌다. 집회라고는 하지만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라 회사 내 강당에서 이뤄져 지역민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발전노조원들이 무슨 주장을 펴고 있는지 알기가 힘들다. 집회 현장에서 오가는 말 중에는 기자도 처음 듣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 집회를 마친 삼천포화력본부노조 강수현 위원장으로부터 그들의 주장을 자세히 들었다.

△삼천포화력본부노조의 주장이 사천시민들에게는 낯설 듯하다. 출근길 선전이나 중식집회 등을 하고 있지만 사천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주장을 단계적으로 펼쳐나가는 방법적인 측면이 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와 타협점이 없다면 행동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 그리고 회사 특성상 곧장 거리로 나갈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대화 상대가 서울에 있고 다른 발전회사들과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발전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뭔가.

=간단히 말하면 희망퇴직 시행과 ERP시스템 도입을 통한 구조조정을 획책하는 회사 방침에 반대한다. 또 일자리나누기를 핑계로 신입사원 초임을 깎는 것이나 무분별한 청년인턴채용을 반대한다.

삼천포화력본부노조 강수현 위원장
△희망퇴직은 어떻게 진행되고 무엇이 문제인지...

=조기퇴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직원들의 임금반납분으로 위로금을 줘서 내보내는 게 이른바 희망퇴직이다. 10~20%까지 회사마다 목표치를 정해 놓았다. 퇴직을 원하는 사람은 지금도 자발적으로 퇴직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희망퇴직인가. 이는 ‘희망’을 가장한 ‘강제’ 퇴직이다. 명백한 구조조정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장에는 인력이 모자라 몇 년째 인력보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묵살돼 왔다.

△ERP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전사적 자원관리(全社的資源管理,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시스템을 일컫는 말인데, 기업활동에 사용되는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의 통합정보시스템쯤으로 말할 수 있다. 이는 제조생산공정에는 맞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안 맞다고 판단한다. 150억원이라는 비용도 엄청나지만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적 요소도 많다. 엄밀히 말하면 구조조정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일자리나누기의 뜻으로 진행하는 신입사원 초임 삭감과 인턴채용에도 부정적인데...

=신입사원 몇 명 더 뽑기 위해 임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심각한 노-노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경영자는 이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의 임금까지 줄이려 들 것이다.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진행될 것이다. 청년 인턴도 문제다. 학교에서 갓 나온 사람이 6개월 머물면서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이후의 신분보장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수의 인원이라도 정규직을 더 뽑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신입사원 임금삭감은 법적인 문제도 있다는 주장을 하던데 무슨 얘긴지?

=무엇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 같은 일을 하면서 특정시기에 들어 온 직원들에게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수습기간에 임금삭감에 관한 동의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 또한 문제다. 억지가 억지를 낳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일자리나누기 등 모든 것을 반대하는 것인가.

=안타깝지만 그런 셈이다. 회사에선 인력을 줄이는 대신 전체 임금은 높여주겠다고 말한다. 이는 뭘 말하는가. 열 명 중 한 두 명은 내보내고 나머지끼리 더 많이 갈라먹자는 것 아닌가. 우리는 결단코 이를 반대한다. 지난 세월을 살아오며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보다 더 소중한 게 없음을 잘 안다. 신입사원 임금을 깎고 인턴채용을 늘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기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3월9일 집회에 등장한 구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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