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돼지고기 수육에 다양한 쌈채가 먹음직.. 친구집 같은 분위기

▲ ‘풍경’의 한정식에는 돼지고기 수육이 기본이다. 쌈 종류는 상추, 양배추, 다시마, 미역, 민들레가 접시에 담겨있다.
금년도 저물어간다. ‘맛 집’소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처음 소개한 집이 삼천포에 있는 한정식 집 ‘파도’였다. 금년의 마지막 집은 사천읍에 있는 한정식 집 ‘풍경’이다.

사천읍과 삼천포는 거리로 18km 정도이고 자동차로 20분 내외의 거리이지만 음식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천포의 한정식은 거의 해물로 구성되는 반면에 사천의 한정식 집 ‘풍경’의 밥상 주인은 돼지고기이다.

▲ 갓 담근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수육의 조화가 일품이다.
‘풍경’의 한정식에는 생선도 있지만 돼지고기 수육이 기본이다. 그런데 돼지고기 수육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예 수육을 추가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가격도 저렴하다. 1만5천원이면 3사람이 족히 먹을 수 있는 수육이 접시에 수북이 나온다.

이 수육으로 반주를 마시고 나서 쌈밥을 먹으면 배도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 질 것이다. 돼지고기 수육이 장수식품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오순선 사장.
오순선(57세) 사장은 사남면 출신이다.
같은 동네에 8남매 장남에게 시집을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시동생들이 다 잘 되어 있어서 보람이 있단다. 사천읍내 다른 자리에서 추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7년쯤 하다가 여기 '풍경' 한정식집을 차린 것이 8년 되었다. 원래 전통 찻집을 하던 곳이라 가정집 구조이다.

오 사장은 손님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 걱정을 하지만 손님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하다. 마치 친구 집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아서이다.

쌈밥의 주재료 중 하나인 쌈 채소는 사남면 구룡마을에 있는 농장에서 받아온다. 쌈 종류는 상추, 양배추, 다시마, 미역에 민들레가 접시에 담겨있다. 철에 따라 여러 가지 나물이 나온다. 오늘은 미역, 톳나물, 깻잎나물, 모쟁이, 쥐포 무침, 시금치나물에 그리고 갓 담은 생김치가 나왔다. 풍성하고도 손맛이 느껴진다.

▲ 돼지고기 수육을 기본으로 상차림이 풍성하다.
특이하게도 갈치속젓을 종지에 담아 나온다. 미역이나 다시마로 쌈 싸먹을 때 넣어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물론 여느 쌈밥집 마냥 고등어조림이 나온다. 고등어는 곰삭은 익은 김치와 함께 찌진 것이다. 고등어 맛이 잘 배인 김치를 쭉 찢어 밥 위에 얹어 먹으면 고향의 맛이 그대로 입안에 감돈다.

“돼지고기 수육을 어떻게 삶는가요? 된장 맛은 안 나오는 데 된장을 넣지 않나요?”

“다시마, 새우, 생강, 마늘, 무를 넣어 육수를 우리고 커피와 소주도 조금 넣고요, 그런데 된장은 넣지 않아요. 처음에는 된장도 썼는데 아무래도 탁한 맛이 나서요. 그 대신에 쌈장을 내 놓지요.”

쌈장이 나오는데 구수한 것이 수육에 쌈장을 발라 먹으니 한 맛 더 있다.

오 사장은 수더분한 고향 아줌마 느낌이다.

“젊었을 때는 보리쌀만 먹었던 것 같아요. 쌀 밥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결혼 1년 후에 축동면에 단칸방을 얻어 제금을 나갔는데 리어카에 살림을 실어 나갔어요. 그 때 참 힘들었지요.(웃음)”

▲ 고등어조림은 곰삭은 김치와 함께 찌진 것이 나온다.
▲ 고등어 맛이 잘 배인 김치를 쭉 찢어 밥 위에 얹어 먹으면 고향의 맛이 그대로 입안에 감돈다.
아무리 신혼살림이라지만 한 리어카에 실을 정도라니! 젊은 시절에는 배달도 하고 여러 가지 궂은일들도 했단다. 그런데도 별 구김이 없이 담담하게 말한다. 사장의 성품이 그러하니 함께 일하는 아줌마들도 손님을 편하게 해 준다.

이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코앞에 닥쳐 있다. 지금은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있지만 1987년 민주항쟁이 있기 전까지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다. 박정희 유신시대와 전두환 정권 때는 2000여명의 대의원들만 참여하는 간접선거 이른바 '체육관 선거'가 아니었던가!

나라의 참된 주인으로서 기쁘고 당당하게 투표한 뒤 벗들과 함께 수육 안주로 술이나 한 잔 하련다.

▲ 사천읍에 있는 한정식 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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