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끌어온 가미카제 위령비 건립 논란 매듭

광복회와 지역 진보단체 등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던 ‘조선인 가미카제 대원 탁경현 위령비’ 논란이 사실상 끝났다.

6일 사천시에 따르면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53)와 대리인 격인 홍종표 교수가 5일 사천시를 방문해 위령비를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

구로다씨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5월13일 철거 과정에서 파손된 비석 하단부분을 보상해 줄 것과 원하는 장소로 운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용화사 빈 공터에 보관되어 있는 탁경현 위령비(비문, 삼족오, 기단)
구로다씨의 이런 요구에 시는 일단 응해줄 방침이다. 문화관광과 김태주 과장은 “서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만큼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게 낫다”면서 “원하는 곳으로 갖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령비가 어디로 옮겨갈지는 아직 미정이다. 구로다씨는 위령비가 제작된 청주시로 옮겨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정되진 않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로다씨가 위령비를 되가져가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진보연합 관계자는 “다행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탁경현 위령비 제막식에 참석했던 후쿠미(왼쪽,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윤성효)씨와 홍종필 교수
하지만 아쉬움과 우려도 표했다. “조만간 만나자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이다. 좀 더 소통해서 우리 민족의 아픔도 전달하고 그쪽의 마음도 헤아리는 시간이 있길 바랐다. 사천에서는 사라지지만 국내 어딘가에 그대로 세워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구로다씨는 사천시와 공동으로 지난해 5월10일 서포면 체육공원에 ‘탁경현 위령비’를 세우려 했으나 광복회와 진보연합 등의 반발에 부딪혀 제막식을 갖지 못했다. 이후 시는 5월13일 위령비를 세 부분(비문, 삼족오, 기단)으로 나눠 철거했으며, 철거된 비석은 곤양면 용화사에 보관돼 왔다.

이로써 지난해 봄 지역을 달구었던 ‘탁경현 위령비’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탁경현씨는 사천 서포 출신으로, 1945년5월11일 전투기를 몰고 가고시마 기지에서 이른바 가미카제로 출격한 뒤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구로다씨는 그를 꿈속에서 만났다며 사천시를 방문해 위령비를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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