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저자 최상한 인터뷰.. "벗은 제2의 나"

국립경상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우리나라 그리스도교(=기독교) 전래 역사를 다룬 책을 펴내 화제다. 그것도 지금까지 통설로 알려져 있는 ‘천주교 1784년, 개신교 1885년’이라는 한반도 전래 역사를 1000년 이상 앞당기는 주장을 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책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돌베개 출판)를 낸 최상한 교수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조선시대부터 발해와 신라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한반도에서의 그리스도교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예수가 세상에 태어난 지 1800년이 가깝도록 한반도에는 그리스도교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들어왔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인가?’

▲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최상한 교수가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돌베개 출판)라는 독특한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교가 1000년도 훨씬 전부터 한반도에 유입됐음을 주장했다.
이런 궁금증으로 자료를 찾던 중 고대에도 그리스도교의 유입 흔적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고, 그럼에도 이런 역사가 체계적으로 연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미국 유학시절,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했던 것도 집필의 계기가 됐음이다.

최 교수는 1963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아주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동성동본인 아내와 결혼 후 동성동본금혼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 30대 말에 늦깎이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1년부터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5일 그를 만나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안팎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어떤 책인가?
= 옛 기록을 보면 이슬람교에 관한 이야기는 신라, 고려 등 한반도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리스도교에 대한 기록은 임진왜란 이후에야 등장한다. 이슬람교보다 600여 년 앞서는 그리스도교가 고대 한반도에 유입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는가? 그래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리스도교의 한국 전래 과정을 살펴보았다. 단지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살피려고만 한 것은 아니고, 그 역사에 흐르는 그리스도교의 정신과 교훈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기독교란 말 대신 그리스도교란 말을 쓰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한국과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기독교(基督敎)라고 쓰는데, ‘기독’은 ‘그리스도’의 한자 음역인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준말이다. ‘기리사독’은 다시 포르투갈어 Cristo의 음역인 ‘지리스뚜’(基利斯督)에서 왔는데, 중국은 이를 줄여 ‘지뚜’(基督)로 표기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기독’은 ‘그리스도’를 줄여 ‘그도’라 부르는 것과 같기에 적절치 않다고 보고, 기독교를 그리스도교라 쓰기로 했다.

▲ 최상한 교수는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과정에 '어울림의 신앙'이 뒷받침했음을 강조했다.

△그리스도교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따로 있을 텐데, 굳이 이런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
= 현대를 잘 살아가려면 과거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풍토 탓인지 몰라도 (그리스도교에서)고대 연구가 약한 편이다. 특히 1784년 이전 연구가 부족하다. 천주교와 개신교로 분리돼 미묘한 입장 차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이전 역사에 관심 갖는 이가 적다. 물론 이를 연구하는 분도 계신데, 통사적으로 연구하는 분은 드문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 관심을 풀어봤다. 내 글을 두고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환영한다. 비전공자로서 문제제기 정도만 한 것이기에 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연구해주면 좋겠다.

△종교 이야기, 조심스럽지 않았나?
= 사실 책에는 개신교와 천주교 쪽에서 밝히기 꺼려하는 부분도 조금 등장한다. 특히 개신교 쪽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데, ‘요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또 교회가 점점 대형화 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리스도교가 우리나라에서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제1의 종교(인구기준)로 성장한 것, 내가 볼 땐 선열들의 ‘순교의 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엔 너무 ‘배부른 신앙’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책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독자적인 역사 기록이 없는 이유를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어울림’ 때문이라고 했는데, 다시 설명한다면?
= 다른 종교와 어울린다고 하면 요즘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에겐 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경주에서 발굴된 성모마리아상(8~9세기)과 남한산성에서 출토된 천주가 새겨진 대형기와(8세기) 등 한반도 곳곳에서 출토된 유물을 보면 어울림의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19세기 말 개신교가 이 땅에 토착화 할 때 번역된 <천로역정>의 삽화에도 천사가 선녀로 그려져 있어, 종교의 수용과 혼합을 잘 보여 준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인들도 꼭 새겨야 할 대목이다.

△혹시 전공분야인 행정학과 연결 지어 살펴볼 점은 없었나?
= 물론 있었다. 책 제1장에 보면 ‘벗은 제2의 나’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마테오 리치 신부가 1595년에 중국에서 발간한 ‘교우론’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책은 당시 조선시대에도 알려져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 북학파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선진 문물을 취사선택 한 데 비해, 이후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실학파에서는 서학을 종교화 해 신념으로 실천하다 박해를 받게 된다. 이는 오늘날에도 ‘외국의 선진제도와 문물을 국내에 어찌 접목시키는 게 바람직한가’ 고민하게 만든다.

▲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과정을 담은 책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는 뭔지?
= 관심사라면 지방분권과 주민주권이다. 이를 어찌 확립할 것인가가 고민인데, 잘 안 된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지방자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전문가의 연구실에서만 될 일이 아니다. 지자체와 의회,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들과 발로 뛰어다녀야 가능한 일이다. 이론과 실천을 겸해야 된다는 얘긴데 쉽지가 않다. 여러 사람과 단체와 소통하다보니 연구와 교육이 벅차다. 균형 잡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새롭게 쓰고 싶은 책이 또 있을까?
= 행정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개혁의 저항세력이 관료로 오래 남아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예를 들어, 한명회로 대표되는 남인세력이 지금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 북학파와 실학파의 관료들도 연구해보고 싶다. 이른바 실용과 변혁 속에 갈등하는 모습은 오늘의 정치판과도 비슷한데, 각종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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