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다우회, 제7회 세종단종 태실지 헌공 다례 행사
단종승하일에 차 올리며 비분강개 "역사교육현장 됐으면.."

"헌공 다례는 태실지 정혈지에서 올려야 하지만... 단종 태실지에는 친일파 최연국이 묘를 쓰고 있습니다. 세종 태실지도 대기업 총수 일가의 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뼈아픈 역사의 현장을 후세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세종대왕 태실지 표지석 앞에서나마 사천의 차를 올립니다."

사천다우회(회장 이영기)가 24일 오전11시 곤명면 은사리 옥동마을 소재 세종대왕 대실지 표지석 앞에서 제7회 세종·단종 태실지 헌공 다례 행사를 가졌다.

사천다우회 회원들이 24일 오전 세종대왕 태실지 석물 앞에서 헌공다례 행사를 가졌다.
다우회 회원들은 2006년부터 단종이 승하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매년 10월 24일에 세종대왕 태실지 석물 앞에 모여 다과를 올리고 있다. 뼈아픈 역사의 현장을 알리고, 세종과 단종의 영령께 사천에서 재배한 차를 올리기 위해서다.

조선 역대 왕들은 '태'를 신체의 일부라 하여 귀중하게 여겼고, 모두 길지(명당)에 태를 묻어 관리했다. 일제는 1928년 태항아리를 봉출해 1930년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에 이장했으며, 태실지를 민간에 불하했다.

현재 세종대왕의 태를 묻었던 자리는 GS그룹 허씨 문중의 묘가 조성돼 있고, 단종태실지에는 친일파 최연국이 묻혀있다.

단종태실지 자리는 현재 친일파 최연국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단종태실지에 묘를 쓴 최연국(1885~1951)은 사천의 대표적인 친일파로, 일제강점기 경남평의원과 조선전람회 평의원, 중추원 칙임 참의 등을 지냈으며, 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중추원 참의는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고위직으로, 최연국은 1933년 6월부터 1944년까지 지냈다.

사천시는 한때 경남도문화재위원회와 함께 태실지를 성역화하는 계획을 세웠고, 토지수용에 협조해 달라고 소유주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이날 다우회 회원들과 인근 주민들은 단종태실지 인근에 최연국 친일행적 표지판 건립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해 역사관광상품화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공다례 행사를 마친 뒤, 사천시관광진흥협의회장을 맡은 이창효(다자연 영농조합 대표) 회원은 "그동안 정체돼 있던 태실지 성역화 작업을 민관이 힘을 합쳐 다시 시작해야 한다. 치욕과 아픔의 역사도 역사"라며 "지자체와 언론, 정치권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규 회원도 "태실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왕실의 장태문화"라며 "경북 성주시도 태실을 관광상품화하더라. 아픈 역사의 현장인 서대문형무소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천시는 2005년께 기본정비계획을 세우겠다더니 여태껏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송도근 회원은 "영남에서는 태실지가 있는 곳이 사천이 유일하다. 단종태실지에 친일파묘가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며 "사천을 찾는 이가 반드시 둘러볼 수 있도록 패키지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 최연국이 사천수리조합장 시절 발행한 상장. 수리조합과 금융조합은 일제의 대표적 수탈기구였다. 미곡 공출과 토지를 이용한 대부를 통해 양민의 토지를 몰수 수탈했다. 뉴스사천 자료사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된 단종태실지 인근 친일행적 표지판 건립 요구와 관련해, 사천시는 '후손들의 반발로,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다만, 시는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기본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7월 동아대 박물관 측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용역결과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나온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협의를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태실지에 묘를 쓴 것과 관련해 강제적 토지수용은 사실상 어렵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고 많은 사람이 찾게 된다면 태실지에 묘를 쓴 후손들도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며 "최대한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해 체계적 관리와 홍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동안 시정질문 등을 통해 태실지 성역화를 주장해 온 최수근 시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종태실지가 사유지라서 안된다면 그 주변과 주차장에라도 표지판을 설치하고, 친일 행적을 홍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시정질문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여론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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