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노조, 정책금융공사 등에 요구서 전달.. “실사는 나중에”

한국항공우주산업노동조합(이하 KAI노조)이 KAI 정부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M&A실에 부실자본 인수 배제 등을 담은 요구서를 8일 전달했다.

KAI노조 비상투쟁위원회 이름으로 작성된 ‘한국항공우주산업노동조합의 매각주체에 대한 요구사항’이란 문건에는 크게 6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그 첫 번째가 ‘부실자본과 투기자본의 인수참여 반대’다. 이를 위해 △과도한 부채비율 기업의 인수참여 제한, △경쟁업체의 대표컨소시엄자로서의 입찰참여 배제를 요구해, 사실상 대한항공을 겨냥했다.

또 KAI노조는 ‘방위산업의 공공성 확보’를 주장하며 매매계약서에 직접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지분의 일정비율 이상 보유 의무화, △주요 경영결정사항에 대한 거부권 (정부)보유, △국방부 및 시민단체 추천 사외이사도입의 법제화 △외부추천 사외이사 비율의 확대 및 의무화를 요구했다.

이밖에 인수 후 5년간 투자계획을 계약에 반영하고 30%이상 배당금 지급 금지, 5년간 주요 자산과 사업 처분 금지 등의 내용을 노조와 합의문서로 남길 것을 주장했다. 또 모든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직원의 대표단체로서 매각과정에 대한 사전 내용을 노조와 협의할 것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와 관련해 KAI노조는 “노동조합이 당연히 요구해야 할 내용들”이라며 정책금융공사 등이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답변이 있기 전까지는 예비실사의 진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 물리력으로 예비실사를 방해할 뜻도 내비쳤다.

▲ KAI노조가 8일 정책금융공사 등에 전달한 '요구사항'의 일부
한편 KAI노조의 이번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정부 지분 매각 사태에 대응하는 노조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느껴진다. 노조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어떤 형태의 정부지분매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영화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게 주된 논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 전달한 요구사항 문서에서 ‘과도한 부채비율 기업의 인수참여 제한’ 등의 내용은, 그 반대의 경우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 KAI노조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전달한 요구사항은 예비입찰자로 두 업체가 결정되기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 특정기업에 유불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로서 주장할 수 있는 정당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교적 재정구조가 튼튼한 현대중공업의 인수 참여로 노조원과 직원들의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임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매각이 꼭 이뤄질 바에야 현대중공업이 낫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이 있는 셈이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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